윤대통령 9일 회견…여권 “설명보다 공감하는 대통령 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모든 사안마다 여러 얘기를 섞어 주변부 곁가지 얘기까지 하는 종횡무진 화법이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에 배석했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답변이 길었다. (발언 시간이 윤 대통령) 85%, (이 대표) 15%”였다는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회담 직후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야당의 정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지만, 이르면 9일 있을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용산 참모들도 윤 대통령의 화법을 고민 중이다. 다변가로 논리를 앞세우는 윤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 대국민 설득에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찬성 여론이 다수인 채 상병 특검법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의대 정원 확대, 공약 파기 논란이 제기될 민정수석실 신설, 김건희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 등 까다로운 이슈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기자회견 뒤 지지율이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윤 대통령에게 여러 건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1만4000자 분량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때 각종 통계치를 들어 “의대 정원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며 의사 정원 2000명 확대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일방 설명에 외려 역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용산 참모들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설명하는 대통령이 아닌 공감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자회견 답변뿐 아니라 모두발언부터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여당 당협위원장은 “제2의 의료개혁 담화가 돼선 안 된다”며 “채 상병 특검도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21세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유감 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점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때처럼 윤 대통령이 매몰차고 모진 모습으로 보여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기로 한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7일 민정수석실 신설을 공식화하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계획이다. 그 산하에 민정비서관(신설)과 함께 기존 공직기강·법률비서관을 한데 묶어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정기관 장악은 꿈도 꾸지 않는다”며 “다만 민심 수렴과 함께 감찰 기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 대통령실이 발표한 제2부속실 설치도 남은 숙제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 대다수가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5일 제102회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어린이와 가족 36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행사에는 전몰·순직 군경 자녀 등을 비롯해 양육시설과 가정위탁 아동, 장애 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참석했다. 경남 의령군의 박성용·이계정(48)씨 부부 10남매도 윤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행사에 함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