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제재…우크라 때린 北 미사일서 美 반도체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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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떨어진 미사일의 잔해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임을 유엔 소속 전문가 조사단이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떨어진 미사일의 잔해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임을 유엔 소속 전문가 조사단이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에 지난해 3월 만들어진 미국산 컴퓨터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방위적인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도 북한이 단시일 내에 미국산 부품까지 조달해 무기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에서는 수 년 간 미국과 유럽에서 제조된 전자 부품, 특히 2023년 3월에 만들어진 미국산 컴퓨터 반도체 등이 발견됐다. 해당 미사일에는 북한의 ‘주체 연호’로 2023년에 해당하는 ‘112’(주체 112년)라는 숫자도 적혀 있었다.

BBC는 “이는 북한이 핵심 무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해 조립한 미사일이 비밀리에 러시아로 운송되고 최전방으로 옮겨져 발사되기까지 불과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데미안 스플리터스 부국장은 “거의 20년 동안 심각한 제재를 받고 있어도 북한은 여전히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놀라운 속도로 확보하고 있다”며 “현대 무기에 필수적인 컴퓨터 반도체 중 상당수가 휴대폰, 세탁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RUSI의 북한 전문가 조셉 번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홍콩이나 중앙아시아 국가에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주로 현금으로 물품을 구매한다. 그런 다음 주로 중국 쪽 국경을 통해 북한으로 제품을 보낸다. 발각돼 제재를 받으면 또 다른 유령 회사가 등장한다. 번은 “우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 화물선 4척이 한 번에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과 러시아 군항을 오가는 모습을 포착했는데, 총 7000개 컨테이너에 100만 발 이상의 탄약과 그라드 로켓이 실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USI 보고서에 실린 지난해 10월 10일과 11일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 북한 전용 부두(아래)와 중국 전용 부두에서 선적 작업에 한창인 러시아 선적 화물선 마리아호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사진 VOA, Planet Labs 캡처

RUSI 보고서에 실린 지난해 10월 10일과 11일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 북한 전용 부두(아래)와 중국 전용 부두에서 선적 작업에 한창인 러시아 선적 화물선 마리아호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사진 VOA, Planet Labs 캡처

1980년대 이후 북한은 주로 리비아, 시리아, 이란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 구식 소련제 미사일을 주로 판매해 왔으나 1월 2일에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에 성공한 단거리 미사일 화성-11형로 사실상 확인됐다. 화성-11형의 사거리는 약 700~900km다.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의 북한 무기 및 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북한 미사일의 성능이 러시아 미사일보다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1년에 수백 개의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을 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 수 있고 비용을 높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무기 생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서방은 궁극적으로 불량 국가를 봉쇄하려는 시도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올 1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올 1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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