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주 만에 최저…가자 휴전 협상 기대·미 원유 재고 증가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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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난달 고공행진 하던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이며 7주 만에 80달러 선을 밑돌았다.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진정되고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늘어난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센트(0.06%) 내린 배럴당 7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2일 이후 7주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7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 3% 이상 급락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3센트(0.3%) 오른 배럴당 83.67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2일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협상을 위해 대표단이 곧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휴전 제안 검토에 관한 긍정적 태도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2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인 것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워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략 비축유를 제외한 지난주 상업용 원유 재고는 730만 배럴 증가한 총 4억6100만 배럴을 기록했다. 특히 휘발유 수요가 4주째 하루 9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EIA는 “여름 드라이빙 시즌까지 4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휘발유 수요는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노르웨이 최대 은행 DNB ASA는 “현재 국제원유시장의 수급은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지 않는 이상 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대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3일 이라크 내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스라믹 레지스턴스가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로 미사일 공격을 하는 등 중동발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 경제 구조는 원유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등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제유가가 국내 석유류 물가에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 진정세는 국내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기름값이 내릴 것으로 전망되나 여름까지는 국제유가 등락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국내 기름값에 더 큰 영향 미치는 건 오는 6월 종료 예정인 정부의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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