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 키운 유통마진 군살 뺀다…도매시장에도 경쟁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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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금(金) 사과’로 불릴 정도로 치솟은 농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 낡은 유통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도매 시장도 경쟁을 붙이고, 중간 유통 마진을 낮추고, 불필요한 소(小)포장을 줄이는 등 유통 과정 곳곳에서 군살을 빼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이런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소매 가격의 49.7% 수준인 유통 비용을 1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도매 시장에 경쟁 요소를 강화한다. 지정 기간(5~10년)을 만료한 도매 법인의 성과를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신규 도매법인은 공모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특히 성과가 부진한 법인의 경우 지정 기간 중이더라도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존에도 임의로 법인 지정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1976년 농안법을 제정한 뒤 지정을 취소한 법인은 6곳에 그쳤다.

유통 마진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표 도매시장 법인 9곳의 위탁수수료 상한(7%)이 적절한지 점검하는 식이다. 박수진 실장은 “서울을 제외한 광역 지자체 도매 법인에서 위탁수수료 6%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매 법인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등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수수료 상한이 적정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유통 구조가 투명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도 활성화한다.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를 2027년까지 현 가락시장 규모(연 5조 원)로 키우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산물 온라인 도매도 시작해 2027년까지 거래 품목을 가락시장 수준(193개)으로 늘린다. 더 많은 판매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연간 거래 규모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를 활성화하면 생산자는 더 비싸게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산지→서울 가락시장→지역 업체 물류 창고→서울 소매업체로 오가는 식의 불필요한 유통 과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을 산지에서 온라인으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농산물값 급등락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또 전통시장과 중소 마트도 농산물 거래 물량을 키울 수 있도록 농협·상인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00곳을 마련해 사과·배 등 청과물 취급 비중을 기존 생산량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농산물 소포장 판매 시 추가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외국처럼 농산물 무포장(벌크) 유통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시켰다. 사과·배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협에 벌크 판매를 시범 도입하고 할인을 지원하는 식이다.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사재기도 막기로 했다.

낡은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대책은 필요하지만, 최근 농산물 물가 급등에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해서 농산물 고물가 추세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정책을 이어갈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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