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철규 다 때린 홍준표, 민주당과 밥 먹는 오세훈…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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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중앙포토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중앙포토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현직 광역단체장들이 꿈틀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4ㆍ10 총선 패배를 한걸음 떨어져 지켜본 이들은 선거 이후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권의 리더십 공백 상태를 틈타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전략은 사뭇 다르다.

먼저 움직인 이는 홍 시장이다. 총선 직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을 “정치 아이돌”→“문재인 사냥개”→“철부지 정치 초년생”→“윤석열정권 폐세자” 등으로 지칭하며 패배 책임자로 지목해왔다. 그러던 와중인 지난달 16일엔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했고,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20일)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오 시장도 움직였다. 식사 정치가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저녁 한남동 시장공관에서 국민의힘 서울 동ㆍ북부 지역 낙선자 14명과 식사한 것을 시작으로 22일 서울 서ㆍ남부 지역 낙선자, 23일 서울 지역 당선자, 26일 낙선 측근과 부부동반 만찬을 가졌다. 30일엔 서울 지역 민주당 당선자 10여명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참석자는 “일종의 상견례로 오 시장이 축하를 건네는 자리였다”며 “전체적으로 품격있게, 품위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강론’ 對 오세훈 ‘확장론’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홍 시장은 총선 뒤 페이스북에 “우리를 모질게 짓밟던 사람 밑에서 배알 없이 박수치는게 그렇게도 좋더냐”(12일), “하나 되어 다시 일어서자, 자립 자강의 길로 가자”(13일), “우리 당 사람들은 제 살기 바빠 몸 사리기로 비겁한 생존을 이어왔다”(16일)며 보수 진영의 자강(自强)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SNS와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 연일 현안 관련 입장을 발신 중인데, 특유의 명료한 메시지 덕에 매번 화제가 되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중앙선데이 인터뷰에 이어 29일 조선일보 기고문 등 언론을 통한 정제된 메시지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줄곧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해온 그는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최근 기고에서 “신자유주의 우파에서 따뜻한 우파로 노선 전환을 할 때가 됐다”며 “집토끼 산토끼 따지지 말고 힘든 토끼 억울한 토끼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보수 진영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는 둘의 본거지가 영남과 수도권이란 점에서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 영남고를 졸업한 홍 시장은 자신이 ‘보수 적통’임을 강조하고 있다. 집토끼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나간다는 전략인데,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에선 앞섰지만 당원조사에서 져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못한 데 대한 반면교사인 셈이다.

반면 서울 태생으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오 시장은 수도권ㆍ중도층의 민심을 등에 업기 위한 산토끼 잡기를 우선하고 있다. 이는 그의 정치적 재기와도 관련이 있다.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 당시, 나경원 후보에 당원 표심에서 밀려 예비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치러진 본경선에선 나 후보를 누르고 후보로 선출됐다.

홍준표 “당원 100%”, 오세훈 “민심 반영 높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21일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사업지를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21일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사업지를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양측의 입장은 6~7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두고도 확연히 엇갈린다. 홍 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은 최근 주변에 “당원 100%인 현행 룰을 민심 반영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친윤계엔 날을 세우면서도 윤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점은 공통점으로 꼽힌다. 최근 윤 대통령과 밀착한 듯한 모습을 보인 홍 시장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겨냥해 “패장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29일)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20일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담당 공무원부터 참모까지 프로세스 관리를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통령의 본심이 전달 안 되면서 불통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며 대통령 주변의 보좌 문제를 꼬집었다.

당에선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 오 시장을 겨냥해선 “뒤늦게 목소리를 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홍 시장 측은 “TK신공항과 달빛 철도 건설을 위한 진전을 이뤄내는 등 핵심공약 대부분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오는 6월 취임 2주년을 맞아 시정 평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시정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그간 말을 아껴온 것”이라면서도 “여권이 위기 상황인 만큼 앞으론 오 시장도 책임감을 갖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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