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1분기 영업익 2조 육박…부활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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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지난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하반기까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황이 뚜렷하게 살아나면서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다시 30조원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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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조9156억원에 영업이익 6조60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영업이익은 931.9% 뛰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은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70조원대에 복귀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양호한 실적으로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매출 33조5300억원에 영업이익 3조5100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갤럭시’가 책임졌다.

지난 1월 출시된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갤럭시S24 시리즈가 실적을 견인했다. 애플 아이폰보다 한발 앞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성공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도 역대 S시리즈 사전예약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S시리즈가 잘 팔리니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약 30% 오르는 등 수익성도 좋아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신제품이 없는 2분기에는 시장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1400억원,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모두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바닥을 쳤던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음을 확인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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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망도 밝다. 생성형 AI로 인해 정보기술(IT) 시장 전반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D램·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까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HBM 공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낸드 모두 예상보다 견조한 업황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당초 업계 예상보다 이른 시점인 2분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미국 AMD를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기대와 달리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대한 막대한 시설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며 TSMC에 밀려 반등 움직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SK하이닉스가 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영업이익(2조8860억원)을 달성한 것과 대조된다.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가전사업부는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1분기 영업이익이 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기능을 탑재한 세탁건조기·로봇청소기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TV·가전이 ‘AI 홈’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제품 간 연결성 강화에 지속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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