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테니스 영화가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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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테니스 선수인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챌린저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테니스 선수인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챌린저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태양빛 머금은 땀방울이 화면 가득 튀어 오른다. 테니스 코트에 선 하이틴 선수들의 육감적 몸짓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관객의 심장박동까지 밀어 올린다. 이탈리아 출신의 감각적 로맨스 거장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테니스 소재 치정극 ‘챌린저스’(24일 개봉)다.

17세 소년의 첫사랑을 섬세하게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식인 소년소녀의 로드무비 ‘본즈 앤 올’(2022)로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청춘스타로 만든 그다. ‘챌린저스’에선 어릴 적부터 단짝이자 테니스 유망주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쉬 오코너)이 같은 대회에 출전한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에게 동시에 반한다. 10대 후반부터 13년간 세 청춘의 아찔한 삼각관계가 마치 거대한 3세트 테니스 경기처럼 전개된다. 상영시간 131분이 숨 가쁘게 흐른다.

액션 영화 ‘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젠데이아가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2017)의 공중곡예사 역할에 이어 테니스 여제로 변신했다. 흑표범처럼 코트를 호령하던 그는 부상으로 은퇴 후 매서운 코치로 거듭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조쉬 오코너가 본능에 충실한 승부사 패트릭을 연기했다.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에 출연했던 마이크 파이스트는 아트를 통해 단단한 육체와 우울감을 겸비한 모순적 캐릭터를 감성적으로 소화했다.

시작은 정상급 프로 선수가 된 아트의 슬럼프. 은퇴 후 자신의 코치가 된 타시와 결혼해 딸을 두지만, 잠시도 방심할 틈 없다. 그는 챌린저급 대회에서 10여년 만에 패트릭과 맞붙게 된다. 패트릭은 숙박료가 없어 데이트앱으로 원나잇 상대를 구하고, 대회 참가 상금으로 먹고 사는 처지다. 그러나 여전히 수려한 외모로 타시를 욕망하며 부부 곁을 맴돈다.

아트와 패트릭의 운명이 걸린 이 결승전 상황에, 세 사람의 과거사 플래시백이 맞물린다. 10대 때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의 연인 자리가 걸린 첫 시합을 벌인다. 그러나 1년여 뒤 타시의 시합 중 부상으로 셋의 관계가 역전된다.

마치 타시가 우승 트로피인 양 승리를 위해 으르렁댔던 두 남자는 엔딩신에선 전혀 뜻밖의 결말을 맞는다. 아트와 패트릭이 타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런 본심을 인정했더라면, 셋의 인생이 이 정도로 꼬이지 않았으리란 탄식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욕망과 통제의 역학관계가 테니스라는 스포츠의 아름다움과 몸놀림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이해할 기회였다”고 밝혔다.

영화는 욕망의 육체적 표현에 충실하다. 테니스공에 카메라를 매단듯 코트 위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샷부터, 코트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땅속 시선으로 선수들의 시합을 올려다본 실험적 촬영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를 베이스로 한 음악은 아카데미 음악상 2관왕(‘소울’ ‘소셜 네트워크’)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 음악감독 콤비의 솜씨다.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점에선 구아다니노 영화 중 최고점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94%)에 이어 2위인 91%(만점은 100%)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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