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역사적 합의' 이뤄질까…로비스트 몰리는 '플라스틱 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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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협약 4차 회의(INC-4·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은 2040년까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한다는 목표를 위해 전세계 국가가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 2022년 유엔(UN) 환경총회에 참석한 160개 국가가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23일(현지시간) 플라스틱 국제 협약 4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 오타와의 회담장 인근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구조물이 설치된 모습.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플라스틱 국제 협약 4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 오타와의 회담장 인근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구조물이 설치된 모습. AP=연합뉴스

3차 회의보다 강해진 석유화학업계의 압박 

2년 간 이어진 논의는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자는 국가들(HAC·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과 산유국의 입장 차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화학 회사의 압박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기구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현재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고 있는 4차 회의에 196명의 석유화학계 인사가 로비를 위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3차 회의에 참여한 석유화학계 인사 수(143명)보다 37% 많은 인원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4차 회의에 등록한 석유화학계 로비스트 수가 유럽연합 대표단(180명)보다 더 많다”며 “플라스틱을 규제 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요구가 강한 만큼 반대 급부인 로비스트의 활동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산유국을 도와 협상 당사자들을 물밑에서 설득하며 플라스틱을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이 아닌, 재활용 강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 협약 4차 회의장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왼쪽 두번째) 4차 회의 의장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 협약 4차 회의장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왼쪽 두번째) 4차 회의 의장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AFP=연합뉴스

현재 플라스틱 협약은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 재사용·재활용 확대라는 두 축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재사용·재활용 확대 협의는 현재 진전이 있는데,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 생산을 규제하는 문제는 3차 회의 때까지도 의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2040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기존의 30%까지 줄이고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유국들은 협약 초안에 담긴 신규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폴리머 규제를 빼야 한다고 맞선다.

한국은 HAC에 가입돼 있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은 전 세계 4위다. 그린피스 등 국내외 환경단체는 “한국 정부는 5차 회의 주최국인 만큼 재활용 협의 외에도 생산 감축 협의가 이뤄지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2040년엔 3배로”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인근 공장에 설치된 석유화학 물질 저장 탱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인근 공장에 설치된 석유화학 물질 저장 탱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엔환경계획(UNEP)의 ‘플라스틱 오염 과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톤(t)에서 2019년에 4억6000만톤으로 두 배 증가했다. 2019년 한 해에만 3억60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는데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20년 한 해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폐기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6%에 달하는 것으로 UNEP는 추산하고 있다. 온실가스 문제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UN은 현재 추세를 멈추지 않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년 안에 두 배로 늘어나고, 바다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2040년까지 현재의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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