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서 샀는데 못쓴다"…'발암물질 범벅' 알리∙테무 아찔한 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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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경기 수원시 광교에 거주하는 박수진(36)씨는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인 테무(TEMU)에서 파는 아기 욕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지난달 박씨가 테무에서 산 욕조와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7개월 된 아기를 위해 좀 더 큰 욕조를 찾다가 국내 쇼핑몰보다 80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약 2만 6000원)에 올라온 테무 제품을 선택했다. 박씨는 “내가 산 욕조는 괜찮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못쓰겠다”며 “유해물질이 나오는 제품이 어떻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 제품이 국내 안전검사에서 잇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시가 테무·알리 등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제품 22종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한 아기 욕조에서 기준치의 74배가 넘는 프텔레이트계 가소제(DEHP)가 검출됐다. 한 아동용 신발 장식품(지비츠)에서 검출된 DEHP는 기준치를 348배 초과했다. 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 가능 물질로 불임을 유발하는 생식 독성이 포함된 것으로 연구됐다.

경기 의정부에서 2·5살 남매를 키우는 엄마 박모(35)씨는 “공룡에 푹 빠진 큰아들을 위해 테무에서 1만원짜리 공룡 가면을 샀는데 화학물질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아이에게 쓰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떡 공방을 운영 중인 정지혜(43) 씨도 “알리에서 구입한 머핀컵에 술빵을 찌려고 찜기에 넣었는데 가열하니 컵 모양이 흐트러지고 안 좋은 냄새가 났는데 혹시 몰라서 다 버렸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알리에서 아이 용품은 절대 안 산다”, “저렴한 가격에 종종 옷을 구매했는데 걱정스럽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기도 용인에서 떡공방을 운영하는 정지혜(43)씨가 알리에서 구매했던 머핀 컵(왼쪽)과 유모(23)씨가 알리에서 구매한 목걸이. 사진 독자제공

경기도 용인에서 떡공방을 운영하는 정지혜(43)씨가 알리에서 구매했던 머핀 컵(왼쪽)과 유모(23)씨가 알리에서 구매한 목걸이. 사진 독자제공

앞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인천본부세관이 알리에서 판매된 4142원짜리 반지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의 703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 반지를 포함해 조사 대상 액세서리 404개 중 96개(23.7%)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납이 나왔다. 국내에선 카드뮴 함량이 0.1% 이상이거나 납 함량이 0.06%를 초과한 혼합물은 액세서리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달 알리에서 목걸이를 산 유모(23)씨는 “기사를 보고 제품을 안 쓰고 있다. 다시는 알리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품이 국내에 수입될 수 있는 건 개인이 해외에서 직접 구매(직구)한 제품이라서다. 공산품 유통 시 국내 제조사나 정식 수입업자는 안전 등 분야에서 ‘KC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직구에선 그런 절차가 필요 없다. 관세법상 농·수산물이나 동·식물 등 검역대상 물품을 제외하곤 통관 과정에서 모조품 등을 걸러내기 위한 엑스레이(X-ray) 검사만 거치면 된다. 어린이 장난감 등 직구를 많이 하는 제품도 대부분 서류로만 확인하는 ‘목록(송장)통관’으로 이뤄진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등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 결제 추정액은 지난해 1월 848억원에서 지난 3월 3686억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테무도 지난해 8월 10억원에서 지난달 463억원으로 45배 넘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국 플랫폼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에도 한국 KC인증과 같은 안전성 인증 제도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만 통관되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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