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 29일 용산서 만나 ‘차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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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호 01면

대통령-제1 야당 대표 29일 ‘용산 차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6일 3차 실무 회동을 갖고 회담 장소와 날짜를 확정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통화해 만나기로 한 지 열흘 만에 회담이 열리게 됐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 회담은 2018년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 이후 6년 만이다.

회담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차담회로 진행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오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 차담이 더 좋다”고 말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배석하고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이 배석할 예정이다. 회담은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시간제한을 두진 않기로 했다.

이날 양측의 합의는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결론을 미리 내지 말고 대화하자는 대통령실과 개별 의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달라는 민주당이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통령실이 곧바로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5일 2차 실무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이날 사전 최고위 회의에서 “민생 골든 타임이 시급해 더는 아까운 시간을 버릴 수 없다”며 이 같은 생각을 지도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입장을 전달받은 윤 대통령도 참모진에게 “즉각 회담을 준비하고 특히 민생에 있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실질적인 회담이 되도록 하라. 회담까지 이 대표에 대한 예우를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뜻이 통하자 앞선 두 차례 협상에서 1시간20분 동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실무 회동은 이날 10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의제를 사전에 확정하라며 압박하던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고 논평했다.

이재명 “다 접어두고 만날 것” 윤 대통령 “예우를 다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26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왼쪽 사진)과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김성룡 기자,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26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왼쪽 사진)과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김성룡 기자,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회담이 진통 끝에 전격 성사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여야의 극한 대치 상태를 풀고 고물가 등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실장은 “일단 만나서 대화 물꼬를 트는 자체가 청신호”라며 “한 번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 등을 합의하면 협치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양쪽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안을 빼더라도 고유가 등 정부와 야당이 뜻을 모으면 얼마든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현안도 적잖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어렵게 회담이 확정됐으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적어도 민생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 하나씩은 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거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성공적인 회담으로는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회담이 꼽힌다. 당시는 의약 분업에 반발한 의료계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불거진 시기였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의약 분업은 예정대로 하되 약사법을 의료계에 더 유리하게 개정하기로 합의해 불만을 달랬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의정 갈등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회담 성과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민주당은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을 정조준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법을 논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점에서다. 천준호 민주당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직전) 협상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제로) 언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신중한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특검법과 관련한 내용을 회담에서 언급해도 윤 대통령은 제한을 두지 않고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특검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내에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용산 참모는 “김 여사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관련 사건은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성급히 회담 테이블에 올리는 것보다는 수사 결과부터 기다리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법이나 양곡관리법 등이 회담 의제로 올라오느냐도 쟁점이다. 대통령실은 “여당을 배제하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법안을 담판 짓자는 발상은 반헌법적”이란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전날 실무 회동에서는 대통령실이 “단독 회담이 아니라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까지 함께하는 여·야·정 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단독 회담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민주당에서는 “야권이 압승한 총선 민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반드시 방송법 등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하다. 이 대표 측은 이날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이야말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민생을 보듬는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무분별한 돈 풀기는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국민 지급은 아니라도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방안 등은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의제만 다양하게 늘어놓고 해답은 못 찾는 일회성 회담이 돼선 곤란하다”며 “회담에서 논의된 핵심 민생 현안을 따로 분류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회담 이후에도 양측이 지속적으로 진행 상황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동에서 배제된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여권 물밑에서 제기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참여하는 ‘3자 회동’ 형식도 끝내 불발됐다. 여권 원로는 “회동 논의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 자체가 여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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