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협력 속 첨단산업 일으키는 우주항공청 돼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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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호 30면

24일 우주항공청장, 임무본부장 등 임명돼

‘과기부 산하’ 부처 이기주의 매몰 되면 안돼

아르테미스 계획 등과 협력, 비전 제시해야

왜 지금 우주일까.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가운데 한국 반도체의 지위가 흔들리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국가 의료체계가 위협받는 오늘, 한국 사회에 우주는 무엇을 의미할까. 다음 달 27일 출범할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의 수뇌부가 결정된 지금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근본적 물음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우주항공청장에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임무본부장에는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장을 임명했다. 윤 교수는 나로호 개발 등에 참여한 로켓 추진체 분야 전문가다. 존 리 본부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30년 가까이 NASA와 백악관 등에서 일한 우주산업 전문가다. 이번 인선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한다.

우주는 더이상 미래가 아니고 현재다. 인류는 이미 지구 궤도를 넘어 달에 발을 디딘 지 오래고, 이제 지구 옆 화성으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달 궤도엔 우주정거장이, 달 남극엔 유인기지가 들어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거대 국제 프로젝트 과정에서 정보기술·생명공학·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과학기술이 진화하고, 또 인류의 삶 속에 적용될 것임은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우주항공청의 성공은 우주항공청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의 미션이 아니다. 국방·외교·산업·해양·농림·국토 등 여러 부처가 우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 우주정책의 최상위기구인 국가우주위원회와 대통령실의 지휘·조율의 중요성도 절대적이다. 애초 그림과 달리 사실상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중심으로 편성된 조직 구성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주항공청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표류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특히 긴 시간이 필요한 우주정책과 계획이 정권에 따라 휘둘리지 않고 예측 가능하게 이어지려면 여야 간 진지한 협력이 절실하다.

우주항공청이 자칫 관 주도의 우주정책 기관으로 변질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들어섰다.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기업들이 NASA와 함께 우주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할 정도다. 내년 말 누리호 4차 발사가 예정돼 있고 관련 기술 이전을 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전체를 주도하게 돼 있지만, 기술유출 시비에 휘말려 인재 영입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처 간 협의가 늦어지면서 계획된 민간 우주발사장 건설 또한 지연되고 있다. 그사이 몇 안 되는 국내 우주발사체 스타트업들은 발사장을 찾아 나라 안팎을 헤매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에 뉴 스페이스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는 ‘기함’이 되어야 한다.

국제협력도 우주항공청 성공의 핵심 요소다. 정부는 달 탐사 2단계 계획으로 2032년 무인 달 착륙선을 띄울 계획이다. 무엇을 위한 달착륙선인가. 2032년이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따라 달 기지에 사람들이 돌아다닐 시점인데, 그때 그곳에 태극기를 단 조그만 무인 착륙선과 탐사로버가 내리는 건 생뚱맞지 않나. 한국의 달 탐사 2단계 계획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국가 간 역할의 조율 속에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을 숙고해야 한다.

벌써부터 우주항공청이 발족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낼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수천억원 이상의 거대 예산이 투입되는 우주정책에 정치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정치적 흥행만을 위해 급조돼서도 안 될 일이다.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첨단산업을 일으키는 우주항공청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여야가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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