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재투자 선순환 공식 마련…제2 배틀그라운드 탄생 돕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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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호 19면

문체부 K콘텐트 육성 정책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은 인도다. 2027년까지 연평균 30%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여기서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한 게 한국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다. 2021년 인도에 진출한 BGMI(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1년 여만에 누적 이용자수 1억명을 돌파하고 현지 앱 매출 1위에 올랐다.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된 e스포츠’라는 기록도 세우며 지금까지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배틀그라운드, 인도서만 1억 달러 수익

국내 게임기업 크래프톤이 개발한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사진 크래프톤]

국내 게임기업 크래프톤이 개발한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사진 크래프톤]

인도가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2022년 7월 서비스 중단을 당했다. 당시 중국기업 텐센트가 퍼블리셔였는데, 중국과 인도의 외교분쟁이 터진 것. 크래프톤은 문체부 등의 외교적 도움으로 인도 지사를 설립했고, 10개월 만에 서비스를 재개하자 트래픽과 매출 모두 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개최한 인도 최초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BGMI 한국-인도 인비테이셔널’도 문체부가 후원하며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로 치러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로벌로 뻗어가는 K콘텐트 업계의 현재다. 올 초 문체부가 발표한 한국 콘텐트산업 수출액(2022년 기준)은 132억4천만달러(약17조3801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대비 약 6.3%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2차전지(99억9천만달러, 약 13조 1139억원), 전기차(98억3천만달러, 약 12조9038억원) 등 주요 품목 수출액을 넘어섰다. 수출과 별개로 한류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마냥 축포를 쏠 때는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트산업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0.9% 감소한 1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출도 2021년 86억7287만달러(약 11조6300억원)에서 2022년 89억8175만달러(약 12조400억원)로 3.6% 증가에 그쳤다. 게임산업 역성장은 10년 만의 사건이다. 다른 업종에도 위기감이 있다. ‘오징어게임’ 이후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영상 콘텐트 업계도 제작비 상승과 경쟁 격화로 포화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창작자들의 역량으로 정점을 찍었다면, 위기를 넘는 건 정 부의 몫이 크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포럼’에서도 콘텐트산업 경쟁력 유지·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콘텐트 수출액 2차전지·전기차 넘어서

지난해 ‘BGMI한국-인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사진 크래프톤]

지난해 ‘BGMI한국-인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사진 크래프톤]

윤석열 정부도 콘텐트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상정하고, ‘세계 콘텐트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달리고 있다. 올해  문체부 예산 6조 9545억원 중 콘텐트산업 분야 예산은 1조 22억 5400만 원으로, 전년대비 18% 증액됐다. 정부 출자 펀드를 활용하는 정책금융도 역대 최대인 1조 7400억원을 투입한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는 이미 꽤 있다.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2010년 총 180억원을 투자받아 ‘테라’의 개발비로 사용했고, 테라는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4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국민게임’ 반열의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개발로 이어졌고, 21년 상장일 기준 시총 23조원을 기록하는 등 기업가치가 40배 뛰었다. 지난해에는 모태펀드에 3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총 600억 원 규모 ‘K-콘텐츠IP’와 ‘K-유니콘’ 펀드의 메인 출자자가 되어 창의력 있는 중소 규모 게임사에 투자하고 있다. 모태펀드 운용이 게임 생태계 선순환으로 이어진 사례다.

그밖에 영화 ‘범죄도시’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모태펀드에서 20억원을 투자받아 만든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영화에 등극해 투자수익률 352%를 달성했고, 2022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만든 제작사 ‘래몽래인’도 총 72억을 투자받아 20여개의 작품을 만들어 시총 255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모태펀드와 별개로 ‘전략펀드’도 신규 조성중이라 눈에 띈다. 2027년까지 영상 콘텐트 산업 규모 40조원, 수출액 18억 달러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으니, 세계시장을 공략할 만한 대형 킬러 콘텐트 제작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모펀드 운용사 선정이 마무리되면 3개월 이내에 개설된다는데, 투자 제한이 없는 6000억 규모 펀드의 수혜자들이 어떤 결과물을 낼 지도 궁금해진다.

유인촌 장관 “K팝 아이돌 미국서 키우듯, K콘텐트도 현지서 함께 만들어야”

유인촌

유인촌

정부가 돈만 쓰는 건 아니다. 콘텐트 시장의 독립성 확보 대책도 세워야 하고,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한 철학도 세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유인촌(사진) 문체부 장관은 “더 넓은 시장에서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콘텐트로 지속가능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콘텐트 수출액 최대치 기록에도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시장 축소 탓이 크다. 모바일 위주로 편중된 시장으로는 한계에 온 거다. 미국·유럽에서 살아남으려면 콘솔 게임까지 다변화해야 한다. 5월 초 발표할 게임산업 종합계획에 AI를 활용한 신기술 게임에 대한 투자와 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 전략도 포함된다. 롤드컵 때 보니 관광 쪽 파급효과가 엄청난데, e스포츠로 확장해 지역 연고제와 실업팀, 프로팀까지 단계적 육성 방안도 찾고 있다.”
영화 시장 회복도 더딘데, 입장권 부과금 폐지로 발전기금도 고갈 위기다.
“코로나 이전 투자한 돈이 회수가 안 됐기 때문에 재투자가 부족하다. 그래서 전략펀드를 통해 자금이 돌고 큰 작품이 제작이 되게 하려 한다. 부과금은 독립영화 등을 지원하던 돈인데, 코로나 이후 관객 회복이 더디니 국고에서 지원하겠다는 거다. 발전기금 수입이 일반 회계나 다른 기금에서 전입이 되더라도 기금 사용 목적에 맞게 지출이 될 테니 걱정할 것 없다.”
글로벌 OTT 종속을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투자하는 콘텐트는 제작사의 IP(지적재산권) 확보를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프랑스처럼 관련법을 제정한다면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제작비 상승도 문제다. 제작자들은 회당 10억까지 치솟은 배우들 개런티 탓이라는데, 배우들은 스타 값어치를 내세운다. 내 생각엔 러닝 개런티가 합리적이다. 대토론을 해서 상생 방안을 찾을 필요도 있다.”
드라마는 공급과잉이 문제인데.
“해외 현지 OTT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장을 열어가고 있다. 굳이 넷플릭스에 기댈 게 아니라 우리가 따로 만들어도 해외에 연결이 잘 되게 하려는 거다. 올해는 동남아 OTT들이 우리 작품들과 비즈매칭을 할수 있는 장도 만든다.”
동남아에선 자국 콘텐트와의 협력 요구가 커지고 있다.
“K팝 아이돌을 미국에서 키우는 것처럼 주요 시장인 동남아 시장과 합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우리 것을 파는 걸 넘어, 현지 자본과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 가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글로벌에서 지속될 수 있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통로를 열어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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