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권의 금서, 그 이유와 의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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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호 25면

나쁜 책

나쁜 책

나쁜 책 
김유태 지음
글항아리

최근 세계 OTT 순위에서 20개국 1위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동조자’는 원작이 있다. ‘보트 피플’ 출신인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다. 베트남·프랑스 혼혈로 남·북 베트남의 이중 스파이인 주인공이 두 세계 사이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다. 2016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등 숱한 상을 휩쓸었지만 작가의 고향 베트남에선 읽을 수 없다.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을 어떤 출판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책』은 찢기거나, 태워지거나, 국경 밖으로 내쳐진 ‘금서’를 소개한다. 일본은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기록한 『난징의 강간』을 자국민이 읽지 못하도록 지금껏 금지하고 있다. 2차 대전 중 포로와 한국 독립운동가 등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한 일본 731부대를 다룬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역시 일본에서는 읽지 못하는 책이다.

이 책이 다룬 30권 중에 두 편의 한국 문학도 있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는 군용열차에서 벌어진 전역병과 현역병의 싸움을 통해 12·12 쿠데타 이후의 혼란한 사회상을 풍자했다. 1980년부터 7년 간 금서였지만 지금은 읽을 수 있다. 고(故) 마광수 교수의 에세이 『운명』은 그에게 ‘외설 작가’ 딱지를 불러온 『즐거운 사라』의 저술 후기다. ‘야한 소설을 쓴 죄’로 구속된 그는 『운명』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와 이중성을 비판하며 ‘우리의 성(性)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작가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비엣 타인 응우옌과 이문열을 비롯해 중국 허난성 집단 에이즈 감염 사태를 고발한 옌렌커(『딩씨 마을의 꿈』), 코로나19 초기 후베이성 정부의 봉쇄 조치를 비판한 팡팡(『우한 일기』), 켄 리우(『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등 ‘나쁜 책’을 쓴 작가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작가 중 일부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힌두교인 학살을 고발한 타슬리마 나슬린(『라자』)은 30년째 해외 망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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