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고부가 중심 사업 전환 석유화학 불황 정면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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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회사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스페셜티 케미칼 회사로의 전환을 서두른 DL케미칼이 올해 그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미 수년 전 호황기때부터 범용 중심 석유화학 사업은 중국의 굴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서둘렀다.

세계 1위의 이소프렌 라텍스 기업인 카리플렉스를 2020년 인수했으며 이어 21년에는 핫멜트 접착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세계 최고 무정형 폴리알파올레핀 제조 기술을 보유한 미국 렉스텍사와 함께 디렉스 폴리머를 설립했다. 여기에 더해 22년에는 약 3조원을 들여 SBC 시장의 글로벌 리더이자 세계 최대의 바이오케미칼 기업인 크레이튼의 인수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를 통해 DL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중심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시장인 합성고무, 접착소재, 바이오 케미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였다.

석유화학 시황이 바닥을 찍은 지난 해부터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제품 고부가화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DL케미칼은 지난 해 기존 범용 PE 제품 대비 가격 프리미엄이 월등히 높은 POE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POE는 태양광 봉지재, 자동차 컴파운드 등에 쓰이는 스페셜티 소재로 DL케미칼은 올해 10만톤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DL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타 공정 대비 생산 비용이 낮은 기상 공정 (Gas Phase: 기체 상태에서 중합)으로 POE의 상업화에 성공하여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PB는 세계 1위의 시장 지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지난 해 12월 증설을 완료하여 생산능력을 연 20만톤에서 22만톤으로 늘렸다.

인수한 자회사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페셜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레이튼은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의 혼합 재활용을 가능케 하는 서큘러(CirKular) 등 차별화 제품을 개발, 판매를 확대 중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로서 바이오 디젤 등 친환경 제품 수요 증가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수익성을 향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크레이튼은 에코바디스 (EcoVadis)에서 실시하는 글로벌 기업 지속 가능성 평가 조사에서 상위 1%에게 부여하는 플래티넘 등급을 3년 연속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지속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

IR라텍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카리플렉스도 고부가 메디컬 소재 시장을 선점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음이온 중합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카리플렉스 제품은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순수도, 투명도 등에서 경쟁사 대비 탁월하다. 또한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하여 싱가포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이소프렌 라텍스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IT, 반도체, 6G 통신 등 미래 소재 개발도 한창이다. DL케미칼은 지난 해 10월 극초고속 통신 및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등에 사용되는 고절연성 PCB 소재인 Notark (노탁) 레진의 개발을 발표했다. DL케미칼이 개발한 노탁 레진은 현존하는 절연용 레진 중 가장 우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PCB내 각 부품 사이의 전기 신호 전달 시 절연판 위에서 미세한 전기적 신호 손실이 발생하는데 손실은 곧 정보 전달의 속도 하락과 발열로 이어진다. 이에 차세대 6G등에 쓰이는 초고성능 PCB는 신호 손실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노탁 레진의 신호 손실률은 기존 에폭시 수지 대비 10배 이상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여러 고객사들이 진행한 엄격한 테스트 결과 차세대 6G에서 요구되는 내열성 및 전기저항성을 만족하는 제품은 현재 노탁 레진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DL케미칼의 이러한 변신에 업계도 강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신증권 위정원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DL케미칼은 PB제품의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태양광용 POE 판매로 이익 체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DL케미칼 전체 화학 제품 중 60%가 마진율 20% 이상의 고부가 화학제품”이라 평가하며 DL케미칼이 어려운 업황에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회사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IBK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주요 CTO (펄프 부산물 기반 바이오케미칼 제품) 리파이너리의 일부 설비 폐쇄 등으로 크레이튼 바이오 케미칼 사업의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부타디엔 가격 상승으로 지난 해 발생한 폴리머 부문의 부정적인 래깅효과도 제거될 것”이라며 수익성 상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밝혔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시장 수요를 담보할 수 있는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대외적인 불확실성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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