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 접고 만날 것" 尹 "예우 다하라" 29일 회담 성사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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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6일 3차 실무 회동을 갖고 회담 장소와 날짜를 확정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통화해 만나기로 한 지 열흘 만에 회담이 열리게 됐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 회담은 2018년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 이후 6년 만이다.

회담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차담회로 진행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오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했다”고 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 차담이 더 좋다”고 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하고,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한다. 회담은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시간제한을 두진 않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24일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한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24일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한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날 양측의 합의는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25일)까지만 해도 결론을 미리 내지 말고 대화하자는 대통령실과, 개별 의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달라는 민주당이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26일 오전 이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히고, 대통령실이 곧바로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25일 2차 실무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26일 오전 당 사전 최고위 회의에서 이런 생각을 당 지도부에게 알리면서 “민생 골든 타임이 시급해 더는 아까운 시간을 버릴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같은 날 이 대표의 입장을 전달받은 윤 대통령도 참모진에게 “즉각 회담을 준비하고, 특히 민생에 있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실질적인 회담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회담까지 이 대표에 대한 예우를 다하라”는 뜻도 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뜻이 통하자 앞선 두차례 협상에서 1시간 20분 동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실무 회동은 이날 10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도 이날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의제를 사전에 확정하라며 압박하던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고 논평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수회담은 오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수회담은 오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9일 회담이 윤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여야의 극한 대치 상태를 풀고, 고물가 등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실장은 “일단 만나서 대화 물꼬를 트는 자체가 청신호”라며 “한 번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 등을 합의하면 협치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양쪽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안을 빼더라도, 고유가 등 정부·야당이 뜻을 모으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현안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어렵게 회담이 확정됐으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적어도 민생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 하나씩은 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성공적인 대통령-제1야당 대표 회담으로는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회담을 꼽는다. 당시는 의약 분업에 반발한 의료계의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불거진 시기에 이뤄졌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의약 분업은 예정대로 하되, 약사법을 의료계에 더 유리하게 개정하기로 합의해 불만을 달랬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의정 갈등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3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3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회담 성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민주당은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을 정조준할 수 있는 채상병 특검법을 논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천준호 실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직전) 협상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제로) 언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신중한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특검법과 관련한 내용을 회담에서 언급해도 윤 대통령은 제한을 두지 않고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특검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내에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용산 참모는 “김 여사 문제는 검찰이, 채상병 관련 사건은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성급히 회담 테이블에 올리는 것보다는 수사 결과부터 기다리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법이나 양곡관리법 등이 회담 의제로 올라오느냐도 쟁점이다. 대통령실은 “여당을 배제하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법안을 담판 짓자는 발상은 반헌법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전날(25일) 실무 회동에서는 대통령실이 “단독 회담이 아니라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까지 함께하는 여·야·정 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단독 회담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민주당에서는 “야권이 압승한 총선 민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반드시 방송법 등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중진 의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하다. 이 대표 측은 이날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이야말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민생을 보듬는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무분별한 돈풀기는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국민 지급은 아니라도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방안 등은 회담 에서 논의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의제만 다양하게 늘어놓고 해답은 못 찾는 일회성 회담이 돼선 곤란하다”며 “회담에서 논의된 핵심 민생 현안을 따로 분류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회담 이후에도 양측이 지속해서 진행 상황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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