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다 긴 창' 한 발에 250억…軍, 해상 요격 미사일 SM-3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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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사진 방위사업청

연내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사진 방위사업청

 군 당국이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탄도 미사일 요격 체계를 미국산 SM-3로 결정했다.

 군은 SM-3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완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란 입장이었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SM-3 도입 사업은 2013년 최초 소요가 제기됐고, 2017년 9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 변경을 거쳤다. 이번 결정에 따라 사업이 11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6일 오전 국방부에서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해상 탄도탄 요격 유도탄을 국외 구매(FMS) 방식으로 확보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미 방산 업체 레이시온사가 만든 SM-3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결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간 단계에서 적의 탄도탄 위협에 실효적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예산 803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대공 방어 미사일인 SM-3는 요격 고도가 150~500㎞(블록 I)에 이른다. ‘상승-중간-종말 단계’로 날아가는 탄도 미사일을 중간 단계에서 격추하는데, 최대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한 방식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최대 요격 고도가 150~200㎞인 걸 감안하면 ‘사드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창’인 셈이다.

 한국군은 올해 말 해군에 인도될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급(KDX-III 배치-II)에 SM-3를 탑재해 해상에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군 당국은 탄도 미사일 최대 요격 고도 34㎞ 가량의 SM-6도 이지스함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SM-6는 240㎞ 떨어진 항공기·함정도 타격이 가능하다. SM-3를 도입하게 되면 SM-6와 함께 다층 방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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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SM-3 확보로 다층적인 방공 체계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북한의 핵이나 생화학 무기, 전자기 펄스(EMP) 폭탄 등은 중간 단계에서 1차적으로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게 방사능 등에 의한 피해도 더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2년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한·미·일 협력 기반의 전구 방어 능력 확보”를 위해 SM-3를 통한 해상 방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SM-3 도입 여부를 놓고 정치권 등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사드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방어 체계인 SM-3를 운용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해군 출신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SM-3 도입을 추진하자, 정의당 등은 “사드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 발당 200억~250억원 수준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점도 걸림돌로 꼽혔다. 종말 단계 하층 방어 요격 미사일인 천궁의 한 발당 운용 비용은 약 1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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