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셰프도 반했다, 日도 사로잡은 '순대스테이크' 비결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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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부터 배달의 일상화, 한식의 글로벌 인기까지. 최근 10년간 F&B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그래서, 백기를 들고 떠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맷집을 키우며 성장한 사람도 있다. ‘순대실록’ ‘핏제리아오’를 운영하는 희스토리푸드의 육경희(61) 대표는 위기를 버티며 하나씩 자신만의 꿈을 이뤘다. 2011년 대학로의 순대 전문점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든 그는 이제 한국을 넘어, 일본에 한국의 순대를 알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순대스테이크를 알린 그는 '한식 도시락' 브랜드를 런칭하며 한식 전도사로 보폭을 넓혔다.

일본에 한국 순대를 알리고 있는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사진 희스토리푸드

일본에 한국 순대를 알리고 있는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사진 희스토리푸드

일본에 진출한 계기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본에 있는 지인의 부탁으로 순대스테이크를 보냈다. 지인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또 먹고 싶다’는 반응을 전해주며 수출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수출은 과정이 까다로워서 직접 일본에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공장을 찾아나섰다. 수시로 일본을 방문해 운 좋게 5대째 육가공을 해온 소시지 장인인 오지마히데키(尾島秀樹)를 만나 레시피를 전수했고 한국과 같은 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2023년초,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현지 반응은 어떤가.  

“도쿄의 유명 한식당 닌교초 일미, 오테마치 나무, 마루노우치 포도 등에서 판매하는데 인기가 많다. 현지에서는 순대라는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그런지, 다양하게 즐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미식가이드 ‘라리스트’에 오른 스가 요스케가 운영하는 바, 스프라우트카페 사쿠자카(S bar)에서 순대도그(순대스테이크를 짧게 만든 형태)를 활용한 메뉴를 판매중이다. 프렌치 셰프가, 우리의 순대로 만든 메뉴를 맛보며 오랜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

일본 미쉐린 스타셰프인 스가 요스케가 운영하는 바에서 판매하는 순대도그(순대스테이크를 짧게 만든 형태)를 활용한 메뉴. 사진 희스토리푸드

일본 미쉐린 스타셰프인 스가 요스케가 운영하는 바에서 판매하는 순대도그(순대스테이크를 짧게 만든 형태)를 활용한 메뉴. 사진 희스토리푸드

순대의 종류가 많은데, 일본에서 인기있는 제품은.  

“일본에서는 순대스테이크와 순대도그만 판매중이다. 먼저 순대스테이크는 한국 순대실록의 대표메뉴기도 한데, 견과류 등 28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어 팬에 구워먹는 순대다. 2013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순대는 어떤 것일까 연구한 끝에 첫선을 보인 순대인데, 일본에서도 통했다. 맛은 기본이고 건강한 메뉴라며 좋아한다. 순대도그는 순대스테이크를 요리에 활용하기 쉽게 짧게 만든 형태다."

한국에서도 음식도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는데, 일본은 어떤가. .  

“현지 반응이 좋아 더 활발하게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먼저, 일본에서도 온라인이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도 온라인 판매중이다. 야후, 라쿠텐, 아마존재팬에서 판매하는데,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홈쇼핑도 준비중이다. 요즘은 한식 도시락 브랜드 ‘아리스델리 바이 순대실록’에  준비로 바쁘다. 순대와 떡볶이부터 제육볶음까지 우리 음식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각오로 만든 브랜드다. 도쿄에 있는 미쓰코시 니혼바시 백화점에서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팝업을 여는데, 이때 도시락을 선보일 계획이다. ”

순대실록의 대표 메뉴인 순대스테이크. 일본 현지에서 건강한 맛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 희스토리푸드

순대실록의 대표 메뉴인 순대스테이크. 일본 현지에서 건강한 맛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 희스토리푸드

육경희 대표의 순대 연구는 진행형이다. 순대스테이크 개발 당시에도 ‘소시지도 아닌 순대를 왜 굽냐’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보여,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듯 여전히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다. 최근엔 연이어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바로 탄수화물 함량은 낮추고 단백질 함량을 높인 키토순대와 식물성 대안육을 활용한 비건순대다. 키토 순대는 출시를 앞두고, 이달 초 식문화 커뮤니티 서비스 ‘지글지글클럽’ 회원 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식 평가에서 95%의 참여자가 구매 의사를 밝혔다.

계속 새로운 순대를 개발하는 이유는.

“비건과 키토 모두 최근 F&B 업계의 주요 키워드다. 무엇보다 여전히 순댓집에 못 오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에게 순대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일찌감치 대안육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대안육을 선보여온 신세계푸드에서 협업 제안이 와서 비건 순대를 공동개발했고, 이달 초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 출시했다. 순대의 주요 원료인 선지를 대두단백과 카카오 분말로 대체하고, 순대실록의 양념을 사용했다.”

신세계푸드가 순대실록과 협업해 출시한 식물성 순대로 만든 순대볶음.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순대실록과 협업해 출시한 식물성 순대로 만든 순대볶음. 사진 신세계푸드

순대의 매력은.

“안에 무엇을 채우는지에 따라, 또 어떤 소스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계가 없는 음식이다. 지난해 장어요리 전문점 ‘풍천가’, 프렌치 와인바 ‘라핀부쉬’ 등 핫플로 꼽히는 식당과 팝업을 했다. 순대실록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리기 위해 진행했는데, 프렌치 소스와 곁들이고 장어탕에 순대를 넣어 내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앞으로 계획.

“지난해 연말, 순대연구소에 이타닉가든·온지음·소울·솔밤 등 한국의 미쉐린 스타 셰프 10여명을 초대해, 전통 순대부터 소순대까지 순대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이야기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강조한 것이 ‘셰프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순대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셰프들의 손끝에서 탄생할 순대가 정말 기대된다. 앞으로도 순대를 알리고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뉴욕과 파리라고 못갈 이유가 없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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