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세태취재 | “나이 젊다고 다 MZ? 획일화 불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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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만난 MZ세대 속 이야기

‘20년 터울’ 하나로 묶다 보니 국민 3명 중 한 명은 MZ
MZ 안에서도 갈등 커… M세대와 Z세대 성향 많이 달라

국민의 3분의 1을 한 세대로 엮는 용어인 ‘MZ세대’. MZ세대들은 이런 구분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국민의 3분의 1을 한 세대로 엮는 용어인 ‘MZ세대’. MZ세대들은 이런 구분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MZ 라는 단어를 버리자”고 외치는 MZ 정치인이 있다.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MZ세대는 40대까지 포괄하는 단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로 오늘날 포털에선 ‘MZ의 일반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한 대형 포털 ‘지식답변란’에 올라온 글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1980년 1월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자신이 MZ세대인지 여부를 네티즌들에게 묻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여기에 달린 답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내가 MZ세대인가 궁금하신 분은 MZ세대가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 MZ 일반화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MZ의 일반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당초 Z세대와 M세대를 동일 선상에 놓고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사실 MZ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생까지의 M(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까지의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다. 쉽게 말해 ‘20년 터울’을 하나로 묶어 버렸다. 그러니 국민 3명 중 한 명은 MZ세대에 속한다. 국민 3분의 1을 한 세대로 엮다 보니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터질 수밖에 없다. 월간중앙이 만난 M세대와 Z세대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MZ 그루핑’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Z는 친환경 관심 많지만 가격에 더 민감”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새로운 시즌을 맞아 여러 종류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그린 워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 사진:김도원 기자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새로운 시즌을 맞아 여러 종류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그린 워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 사진:김도원 기자

‘친환경’은 MZ 하면 자연스레 따라붙는 꼬리표다. ‘엠제코(MZ+ECO) 세대’라 불릴 정도로 MZ세대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는 게 통념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통계플러스 2024년 봄호’에 따르면 MZ세대의 주요 소비 특징은 미닝아웃(meaning out, 가치 소비)과 바이콧(buycott,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조사됐다. 가치 있는 소비를 일종의 놀이처럼 여긴다. MZ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쓰이는 ‘돈쭐내다’란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구매력을 의식한 기업들이 ESG를 내세워 제품을 적극 홍보, 판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월간중앙이 만난 MZ세대 중 다수는 환경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환경오염 방지 노력에서도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친환경 제품 구입·사용에서 M(각각 68.3%, 46.5%)·Z세대(각각 64.9%, 44.8%) 모두 전체 평균(각각 73.9%, 49.9%)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환경이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감도’는 높게 나타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월간중앙이 만난 남성 MZ들은 소비에 있어 환경보존보다 ‘가성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준영(27) 씨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다”면서도 “제품 구매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건 가치가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품질”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을 앞세운 제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어 ‘소비자 기만’이란 비판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친환경 마케팅 요소로만 활용되는 ‘그린 워싱’ 논란이 대표적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연정(29) 씨는 “글로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후원은 물론,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커피 마실 때 텀블러를 사용한다”면서도 “너무 많은 기업이 가치소비를 내세우고 있어 진정성이 의심되더라”고 지적했다.

최근 스타벅스는 그린 워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다양한 종류의 텀블러를 선보였지만, 시즌마다 새로운 텀블러를 발매해 오히려 자원 낭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중 많은 제품이 썩는 데만 450년 이상 걸리는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내 그린 워싱 규제는 대상이 제품에만 한정돼 있고, 법적 처벌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사용 여부가 MZ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쉽게 말해 카카오톡을 자주 사용하면 M세대, 적게 사용하면 Z세대다. Z세대의 사랑을 받는 건 카카오톡이 아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최근 1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인스타그램과의 점유율 추이 비교다. 카카오톡의 점유율은 작년 같은 달보다 2.6% 하락했으나, 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은 4.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이 카카오톡을 대체해가고 있다는 추론에 힘을 싣는 결과다.

Z세대는 카톡보다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소통

Z세대들이 애용하는 인스타그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Z세대들이 애용하는 인스타그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스타그램 DM 이용률 증가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에 메신저 기능이 결합돼 있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Z세대는 SNS와 메신저를 따로 사용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DM을 카카오톡 대신 소통 창구로 사용한다는 김가연(24) 씨는 “인스타그램은 전화번호만큼이나 중요한 연락처”라고 말했다. 김씨는 “친구들과의 메신저로는 인스타그램의 DM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이나 스토리를 먼저 보고, 그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편하다”고 했다. 김동영(25) 씨도 “요즘 카카오톡을 쓰면 올드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상대방이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면 DM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편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M세대는 인스타그램 DM 선호도가 다소 떨어진다. 강지원(36) 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있으나 DM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인스타 DM으로 오는 글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M세대인 최명주(33) 씨는 “인스타그램으로만 존재하는 단톡방도 있고, DM으로만 소통되는 친구도 있어 가끔 로그인하긴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이용하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들의 근황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M세대는 카카오톡보다 보안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텔레그램을 자주 사용한다는 강모(29) 씨는 “카카오톡도 사용하긴 하지만, 텔레그램을 가장 신뢰한다. 투자 관련 정보 공유도 용이해서 더 자주 접속하게 된다”고 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불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M세대가 59.6%로 가장 높았다.

‘정치’ 문제 또한 MZ들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MZ=정치 고관여층’이란 인식이 생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구체적으론 ‘이대남(20대 남성)’의 압도적인 지지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언론에서 2030을 스윙보터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22대 총선 사전 투표는 MZ세대가 가장 저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세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30대(11.3%)와 20대(12.9%)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20대들은 대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많았다. 김동영 씨는 “정치는 아예 모른다. 대통령 이름만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이연정 씨 역시 “주변에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관심해진 것 같다. 여럿이 모여도 정치 이슈가 대화 주제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도 실망감, 무력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다. 박준일(가명) 씨는 정치 현실에 실망해 등을 돌린 사례다. 그는 “어렸을 때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이 바뀌고 삶이 나아진다고 배웠다”며 “그런데 점점 현실 정치를 볼수록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만 커졌다”고 말했다. 나준영 씨는 “냉정히 말해 정치로 국민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다. 그들이 우리를 딱히 위하지 않고, 내 삶에도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남은 정치 고관여층? 일반화해선 안돼”

예능 SNL의 코너 ‘MZ 오피스’의 한 장면. MZ세대 한 직장인은 “현실과 다르다”며 “판타지”라고 말했다. / 사진: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예능 SNL의 코너 ‘MZ 오피스’의 한 장면. MZ세대 한 직장인은 “현실과 다르다”며 “판타지”라고 말했다. / 사진: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이와 관련해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가 정치의 효능감을 느끼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인구 구조상 젊은 세대가 적다 보니 정치인들도 기성세대를 위한 정책을 주로 펼치기 마련이고, 젊은 세대가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재미’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강지원 씨는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재미 때문이다. ‘썰전’으로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처럼 정치를 ‘재미’로 접근하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이 대부분이지만 지금보다 수준 높은 차원에서 흥미나 유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정치인, 평론가가 등장한다면 분명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M세대와 Z세대를 한 세대로 뭉뚱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뚜렷하다. 동질감 없는 두 세대를 한 세대로 합치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간중앙과 만난 젊은이들은 MZ세대 안에서도 갈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M세대 이모(38) 씨는 “어린 알바생들이 ‘잠수’ 타는 경우가 많아 골칫거리다. 면접 때는 무엇이든 할 것처럼 적극성을 보이지만 사정이 생기면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그럴 때는 급하게 알바 대타를 구하지만, 결국 숙련도가 낮은 이에게 더 높은 급여를 줘야 하기에 손해”라고 했다.

식당에서 알바를 했던 Z세대 김동영 씨는 M세대인 사장과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30대 후반의 젊은 사장은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 일한 만큼 급여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씨도 처음엔 만족했지만, 추가 급여를 주기 싫어 특정 시간에 강제로 퇴근 시키거나 돈을 준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잔업을 시키는 등 제멋대로였다고 했다.

MZ세대들은 직장에서도 ‘할 말은 한다’는 성향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판교테크노밸리 IT기업에 재직 중인 강모 씨는 “직원들 연령대는 젊지만 회사 분위기는 수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결정이나 의견을 내는 과정 자체가 수직적이어서 예능 SNL에서 그려지는 ‘MZ 오피스’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전했다.

- 김도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vvaya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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