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초기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이젠 프리미엄 넘어 미식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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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부터 공화춘까지…짜장라면의 과거와 현재

일요일마다 전국의 아빠들을 요리사로 만들었던 ‘짜파게티’, 한 때지만, 라면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짜왕’, 군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공화춘’ 등 누구나 기억에 남는 짜장라면 하나쯤은 있다. 지영준 라면 평론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출시된 짜장라면은 약 50여종으로 전체 라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의 시장 규모만 해도 작년 기준 3000억 원대에 이른다. 국물 라면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리그를 펼쳐가고 있는 짜장라면의 한국사를 훑어봤다.

최초의 짜장라면은 1970년 2월 출시된 농심(당시 롯데공업)의 ‘롯데 짜장면’이다. 이후 한 달 뒤에는 삼양에서 ‘삼양 짜장면’이 출시됐다. 당시 두 제품의 가격은 약 20~30원으로 100원이었던 짜장면 가격보다 약 4~5배 저렴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짜장면을 대신할 수 있어 출시 직후 반짝인기를 끌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일반명사 ‘짜장면’을 그대로 사용한 탓에 비슷한 제품들끼리 서로 차별성을 가지지 못했고 짜장면과는 맛의 차이도 컸기 때문이다.

1984년 진한 소스 맛 구현한 ‘짜파게티’ 인기몰이

짜장라면의 인기가 본격화된 것은 1984년 3월 농심 ‘짜파게티’가 출시 되면서부터다. 농심은 전작인 ‘짜장면’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독창적인 제품명과 함께 진한 소스 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합친 뜻의 ‘짜파게티’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전에 없던 굵은 면과 과립형 수프 형태의 짜파게티는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 후 1년 뒤인 1985년 4월, 삼양에서는 짜장면과 마카로니를 합친 뜻의 ‘짜짜로니’를 출시했다. 짜짜로니는 과립형 수프와 올리브유를 합친 액상 수프를 선보이며 짜파게티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때부터 짜장라면은 과립형 수프와 액상형 수프의 두 가지 계파로 나뉘게 된다.

2015년 부드럽고 진한 풍미 ‘짜왕’ 라면 매출 1위

평화롭던 짜장라면 시장은 2015년 프리미엄 짜장라면이 등장하면서 격동기를 맞이한다. 농심에서 출시한 ‘짜왕’이 그 시작이었다. 부드럽고 진한 풍미의 간짜장 맛으로 한 달 만에 600만봉 이상 판매되며 출시 후 라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뒤이어 오뚜기에서 ‘진짜장’을, 팔도에서는 ‘팔도 짜장면’을 연달아 출시했다. 새 제품 모두 굵은 면발과 풍부한 건더기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짜왕은 짜파게티의 전통을 이어받은 과립형 수프를, 진짜장과 팔도 짜장면의 액상형 수프를 택해 각자의 매력을 달리했다. 이들의 각축전은 당시 SNS에 3종 제품 비교 시식 인증과 먹방(먹는 방송)이 자주 올라올 정도로 짜장라면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2020년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 세계적 인기

2020년 짜장라면의 인기는 세계로 뻗어 갔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그 시발점이다. 당시 영화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2020년 2월 짜파게티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50만 달러를 달성했다. 실제로 유튜브에 ‘Jjapaguri’(짜파구리)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어 레시피 영상이 등장하며 가장 높은 조회 수는 300만회에 육박한다. 후발 주자들도 열심히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의 ‘짜슐랭’은 작년 일본 진출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tvN 예능 ‘서진이네’에서 BTS 멤버 뷔가 짜짜로니와 불닭볶음면을 섞어 먹어 해외 팬들 사이에서 짜짜로니가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2021년 중화요리 전문점 맛 구현한 ‘로스팅 짜장면’

 농심은 짜파게티 4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서 ‘짜파게티 분식점’을 5월 11일까지 운영한다.

농심은 짜파게티 4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서 ‘짜파게티 분식점’을 5월 11일까지 운영한다.

짜장라면은 이제 프리미엄을 넘어 미식을 지향하고 있다. 2021년에 출시된 풀무원의 ‘로스팅 짜장면’은 세 번 볶아내는 ‘트리플 로스팅 공법’으로 중화요리 전문점의 맛을 구현했다. 같은 해 오뚜기에서는 짜장면과 미슐랭의 합성어인 ‘짜슐랭’을 출시했고 하림의 ‘더미식 유니자장면’도 잇따라 출시되며 미식 경쟁을 본격화했다. 이들은 높은 가격에 걸맞은 품질로 소비자들을 설득한다. ‘짜슐랭’은 기존의 조리법과는 달리 물을 버리지 않는 ‘복작복작 조리법’으로 진한 맛을 강조했고 ‘더미식 유니자장면’은 직화로 볶아낸 전통 춘장에 돼지고기와 양파, 감자를 곱게 다져 넣어 맛과 식감을 살렸다. 지영준 라면 평론가는 “고물가 시대가 지속하며 외식 대신 짜장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생산 공법 차별화로 품질을 올리며 외식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농심은 최근 짜파게티 40주년을 맞아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셀프 조리기를 이용해 직접 짜파구리, 마라 짜파게티, 토핑 짜파게티 등 이색 메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쿡존(Cook Zone)과 짜파게티 요리사 자격증을 발급 받을 수 있는 플레이존(Play Zone)으로 구성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29일에는 짜파게티 건면 제품인 ‘짜파게티 더 블랙’을 출시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짜장라면의 역사 한 축을 담당해온 짜파게티는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 신라면에 이어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제품으로도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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