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너구리 캐릭터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 추구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푸팟퐁구리·김치짜구리 신제품 출시 농심 면마케팅팀 이미리 선임에게 듣는다

20대 TF팀 구성하고 제품 콘셉트부터 참여
너구리 인지도 높아 할 수 있는 마케팅 많아

패션 브랜드와 협업, 호텔 숙박 상품 기획
5월 완도 장보고 수산물 축제 팝업 계획

농심 면마케팅팀 이미리 선임.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가 10·20대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농심 면마케팅팀 이미리 선임.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가 10·20대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태국 전통의상을 입은 너구리가 집게 손을 하고 절도있는 게살 댄스를 선보인다. 한복에 갓까지 챙겨 쓴 너구리는 힙합 그루브를 타며 유려하게 노래한다. 농심은 지난 8일과 15일 푸팟퐁구리, 김치짜구리 신제품 2종을 출시하고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 캐릭터를 선보였다. 라면을 너무 사랑하는 너구리가 새로운 맛을 찾아 세계미식 여행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넣어 불혹(不惑)의 나이의 너구리를 새롭게 해석했다. 일종의 너구리 부캐다.

농심 너구리는 일찍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캐릭터가 그대로 제품의 이름으로 연결되는 브랜드라는 장점을 살린 것.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옷을 만들고, 문구 브랜드와 함께 종이접기 시리즈도 출시했다. 특급호텔과 숙박 상품을 기획하고, 너구리를 거꾸로 보면 RtA로 보인다는 소비자의 말에 포장지를 바꾸는 과감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연일 화제가 되는 이런 마케팅은 어떻게 기획할까. 농심 면마케팅팀 이미리 선임을 지난 19일 농심 본사에서 만났다.

댄스챌린지 중인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

댄스챌린지 중인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

SNS를 보니 새로운 댄스 챌린지가 시작됐다.
“최근 출시한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 큰사발 광고 영상을 따라해 틱톡에 올리는 ‘구리송 댄스 챌린지’다. 처음부터 10·20대를 공략할 이벤트를 고민했는데, 하나에 꽂히면 따라 하고 공유하는 챌린지 문화와 잘 어울려 기획했다. 가상현실 필터를 이벤트로 연결해 소비자가 참여하기 좋게 만들었다. 아이패드부터 닌텐도까지 경품도 다양하니 많은 분이 참여하면 좋겠다. 챌린지는 6월 15일까지 진행한다.”
농심은 CM송에 진심인 것 같다. 라면마다 떠오르는 라임이 있다. 이번도 푸팟퐁구리의 푸·팟·퐁 구리구리가 계속 맴돌더라.
“그동안 너구리 광고 모델을 거쳐 간 연예인만 20명이 넘는다. 하희라·이제니·장나라·혜리(걸스데이)·손나은 등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연예인이었다. 모델은 변했지만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라는 카피와 ‘오동통통~ 쫄깃쫄깃~ 농심 너구리’ CM송은 고수했다. 노래만 들어도 브랜드가 떠오르는 전략은 장수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번 제품도 CM송에 공을 들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비트를 추가한 것. 출시 첫 이벤트로 댄스 챌린지를 생각했다.”
이번에 출시한 두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해 4월, 10·20대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마케팅을 필두로 연구소, 영업팀 등에서 젊은 직원을 모았다. 20대가 주축이 된 젊은 TF팀으로, 제품 콘셉트부터 함께 고민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소비자들을 연구했는데, 편의점에서 재미난 점을 발견했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함께 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푸팟퐁구리와 김치짜구리는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김밥과 함께 먹기 좋게 기획했다. 총 6~7개 정도의 맛을 개발했는데, 소비자 사전 평가에서 두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이름이 독특하다. 너구리의 ‘구리’만 강조한 느낌이다. 다른 의도가 있는지.
“영화 ‘기생충’에 나온 너구리와 짜파게티의 조합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 짜파구리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카레 가루를 넣은 카구리도 출시했었다. 너구리의 다음 버전은 이런 방식으로 너구리의 특징을 살리면서 새로운 맛과의 조화라 생각해 푸팟퐁커리맛 너구리가 아닌, 푸팟퐁구리로 만들게 되었다. 캐릭터는 너구리의 부캐같은 컨셉으로 라면을 너무너무 사랑해 세상의 맛있는 모든 맛을 라면으로 표현하는 너구리라고 보면 된다.”
서울 빛초롱 축제에 참여한 농심 너구리.

서울 빛초롱 축제에 참여한 농심 너구리.

캐릭터를 활용한 이색적인 이벤트가 많다.
“2017년 너구리 캐릭터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캐릭터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을 추구하고 있다. 캐릭터 선호도로, 브랜드의 선호도를 높여가자는 전략이다. 그동안 광고와 브랜드 협업 등을 통해 캐릭터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 조사를 보면, 10대에게 너구리 캐릭터는 90%에 육박하는 인지도를 보인다.  또 전 연령에 거쳐서 70% 이상을 유지하며 고르게 상승 중이다. 이제는 캐릭터 스토리를 통한 경험으로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친구같이 친숙한 캐릭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산타워에 너구리라면 가게 팝업을 열고,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축제에도 참여한다. 5월에는 너구리와 인연이 깊은 완도 장보고 수산물 축제에서 팝업을 열 계획이다.”
그동안 이색적인 브랜드 협업도 많이 했다.
“너구리 캐릭터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캐릭터로 할 수 있는 마케팅이 많아졌다. 캐릭터의 주 소비층은 10대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이 많았다. 패션 브랜드 컬리수와 너구리 캐릭터를 활용한 옷을 기획하고, 종이나라와 너구리라면 종이접기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도 팬시 브랜드, 출판사 등과 꾸준히 협업 논의 중이다.”
고객의 소리를 잘 반영한 기획도 인상적이었다.
“외국인 소비자가 너구리를 거꾸로 보면 RtA 읽힌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포장지 자체를 아예 RtA로 표기하는 포장지 마케팅을 진행했다. 앵그리 너구리부터 얼큰한 너구리까지 한 번에 적용해  대형마트에 뿌렸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너구리는 오래된 브랜드라 대형마트에 진열해도 소비자들이 훑어보고 지나간다. 그런데 라면 봉지가 대대적으로 뒤집어 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갑자기 라면이 뒤집힌 데에는 이유가 필요했다. ‘돌아온 RtA’라고 설정으로 온라인 팝업 스토어를 놀이동산 콘셉트로 열어 너구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뒤집어진 것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잡았다. MBTI 테스트도 넣고, 게임도 하고 이모티콘도 받을 수 있게,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운영했다. 답보 상태였던 매출이 다시 오르는 기회가 됐다.”
농심에는 사랑받는 장수 라면이 많다. 비결은.
“라면 고유의 맛을 정확히 알고 오래도록 사랑해주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은 장수 브랜드의 장점이다. 하지만 충성 고객만 믿고 있으면 장수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어렵다. 새로운 고객을 계속해서 확보해야 한다. 나는 울산에서 태어나 안성탕면을 먹고 자랐다. 대부분의 울산 사람들은 안성탕면을 먹기에, 다른 라면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들과 영화를 같이 보면서 너구리를 먹었는데, 그때 경험이 너무 짜릿해 하루에 3봉지를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으로 지금 최애 라면이 너구리가 되었다. 맛이라는 게 기억과 경험으로 연결되어 좋은 추억을 가지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애정이 생긴다. 그래서 장수 브랜드일수록 젊은 층의 기억에 남는 마케팅을 더 잘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