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값 1만원 돌파…"예약필수" 오마카세 지고 뜬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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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5일 낮 12시경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뷔페 음식점 애슐리퀸즈. 4개 팀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70여 개 좌석이 꽉 찬 식당 내부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홍대 앞이지만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도 여러 개 눈에 띄었다. 지인들과 모임을 하던 전유순(71)씨는 “집 근처 낙지전문점 등 일반 식당의 음식값이 대부분 올랐다”며 “뷔페는 가격에 비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다 여긴 교통도 편리해 최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평일 점심 이용가는 1만9900원이다.

24일 낮 서울 종로구 애슐리퀸즈 종각점에서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랜드이츠

24일 낮 서울 종로구 애슐리퀸즈 종각점에서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랜드이츠

외식비 고공행진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뷔페 레스토랑과 무한리필 식당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때 대규모 지점 통폐합뿐 아니라 브랜드를 철수할 정도로 침체했던 뷔페 레스토랑들이 고물가 특수를 맞은 덕분이다. 애슐리퀸즈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이 외식 브랜드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점포 수도 2022년 55곳에서 현재는 89곳으로 늘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얼마 전 집 근처에 문을 연 뷔페 레스토랑은 생후 36개월까지 유아 식사비가 무료인데다 할인 혜택도 있어, 2주 전에 예약 못하면 못갈 만큼 핫플레이스가 됐다”라며 “커피와 디저트까지 포함돼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의 빕스는 애슐리퀸즈보다 가격대(평일 점심 3만7900원)가 높지만 역시 성장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매장에서 5월 첫째 주까지 주말 예약이 마감됐다”면서 “엔데믹으로 2022년엔 전년 대비 매출이 약 66% 늘었는데, 지난해엔 13% 또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와인·맥주 등 주류가 무제한이라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와인·맥주 무제한에 회식 장소로 각광

고기·떡볶이·피자 등 특정 메뉴를 무한리필할 수 있는 매장도 인기다. 전체 매장의 절반을 무제한 피자바(bar)로 운영하는 피자몰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특히, 이들 식당은 식료품 쇼핑객이 모이는 대형마트에 입점해 접근성도 높였다. 무한리필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두끼떡볶이의 홈플러스 16개 점포의 최근 1년 매출(지난해 3월~올해 2월)은 전년 동기 22%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규모는 8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성장했다. 한승우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고공 성장 배경에 명륜진사갈비, 애슐리 같은 합리적 가격대를 내세운 뷔페형 외식 전문점이 있었다”며 “최근 일반 식당의 외식 메뉴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같은 가격이라도 선택권이 다양한 뷔페형 메뉴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스시·한우 오마카세 같은 고급 음식점들은 고물가의 여파와 다른 음식점들의 ‘맡김 차림’ 요소 도입으로 희소성이 퇴색해 인기가 꺾였다”고 덧붙였다.

초저가 메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검색 데이터 분석업체 아하트렌드에 따르면 ‘냉삼’ 혹은 ‘대패’가 포함된 구이전문점의 올 1분기 검색량이 전년 대비 58.7% 증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반 삼겹살은 1인분 1만5000~2만원이지만 냉삼은 2900~6000원”이라며 “생맥주 한 잔 1900원, 꼬치안주 한 개 900원인 초저가 주점의 검색량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직장인 점심값 1인당 1만96원 

고물가가 장기화하며 외식비 졸라매기는 이제 일상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8%를 기록한 이후 올해 3월 3.4%로 내려가며 점차 둔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4개월째 웃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 업체 식신은 올해 1분기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1만96원을 기록, 202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1만798원이었다.

직장인 윤모(29)씨는 “밥값, 커피값, 술값이 너무 많이 늘어나 주 3회였던 약속을 2주에 1회로 줄였다”며 “지출의 40%를 차지하던 식비를 절반으로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거나 일부는 회사에서 점심 식사용으로 제공하는 샐러드를 집에 들고 가 저녁으로 먹기도 한다. 한 달 치 장을 봐두고 다 소진하기 전에는 외식하지 않는 ‘냉파족(냉장고 파먹기)’도 다시 유행하는 모습이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식재료값과 인건비, 공공요금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여전히 많아 외식비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앞서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김밥 가격을 100~1000원 인상하면서 기본 김밥 가격이 4500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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