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술 유출’ 중국회사 차린 혐의 전 삼성부장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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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장비 제작 업체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중국으로 빼돌리고 중국 법인을 세워 장비를 제작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직 부장과 관계사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세운 중국 회사도 함께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는 25일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고 중국 회사 ‘신카이’를 세워 반도체 장비를 실제 제작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삼성전자 전 부장 김모씨와 관계사 직원 방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의 지시로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일당 3명은 불구속기소했고, 이들이 세운 법인 신카이는 양벌 규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주범으로 간주하는 김씨는 2022년 재직 중이던 국내 업체에서 ‘반도체 증착 장비’를 위한 설계 기술 자료를 별도 서버에 전송해 빼돌리고, 또 다른 국내 업체 2곳에서 근무 중이던 인력들에게 핵심 기술 자료를 유출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검찰은 김씨가 본인이 설립한 회사 신카이의 주식을 배분하고 기존의 2배 이상인 수억원대의 연봉을 보장하겠다며 방씨 등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씨 등은 각자 재직하던 회사에서 취급한 기술 자료를 유출하고 신카이로 이직했는데, 그 규모가 수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빼돌린 기술을 부정 사용해 반도체 증착 장비 제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은 ‘ALD(Atomic Layer Deposition·원자층 증착) 장비 기술’로, 반도체 증착 공정의 약 32%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까지 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다.

이들은 2022년 11월 장비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2월 도면 작성을 시작, 4개월 후엔 실제 장비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체 기술을 개발해 장비를 제작할 경우 3년 이상이 소요되는 과정으로, 피해 회사들의 기술을 부정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회사들은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총 736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가 실제 생산돼 유통됐다면 매년 500억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다만 제작 개발 도중 범행이 적발되면서 장비의 시중 유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해 5월 국가정보원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삼성전자의 기술 자료를 대량 유출해 별도 서버에 보관 중인 사실도 확인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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