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20% 오를 때 5% 내려"…'물가 역주행' PB상품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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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고추장·된장·쌈장 같은 '양념세트 3종'을 살 때 로켓배송이 되는 쿠팡 자체 브랜드(PB) '곰곰'을 수시로 이용한다.최근 2년간 쿠팡의 양념세트 3종의 1kg(2개입) 가격은 불과 6900원~8900원 사이로, 일반적인 인기 식품 브랜드와 비교해 중량 대비 '반값' 이하에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식료품 가격이 매달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마트에 방문할 필요 없이 무료 익일배송이 가능한 쿠팡 PB상품으로 크게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떡국·고추장·설탕까지..물가 치솟을 때 장바구니 가격 낮춘 유통업계

유통업계에서 판매하는 PB상품이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면서인기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PB상품은 주로 규모가 작아 판로 확대가 어려운 중소기업들과 협업해 만들기 때문에, PB 판매 확대는 중소기업 매출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대표적인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파는 곰곰 등 주요 장바구니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가격이 최근 고물가 속에서도 하락하는 ‘역주행’을 보이고 있다. 된장, 식빵, 참기름처럼 구매가 잦아 장바구니 물가 비중이 높은 상품들을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다.

25일 쿠팡의 가격 추적앱 ‘역대가’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쿠팡의 설탕·시리얼·두부·배추김치 등 주요 가공식품 베스트셀러 PB상품 44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7.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4개 제품 가운데 32개 상품(73%)이 하락했고, 가격이 오른 것은 12개에 불과했다. 쿠팡의 곰곰쌀 떡국떡(1.5kg)은 3670원으로 1년 전(6200원)과 비교해 40%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얆은피 고기만두(1kg), 곰곰 즉석밥(10개입·200g), 콘플레이크 오리지널(1.2kg), 참기름(350ml) 등도 1년간 20%대 하락율을 보였다. 두부·단무지··소시지·배추김치 등 10% 이상 하락한 상품만 13개였다. 쿠팡의 주요 PB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은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 물가 조사와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비교 대상 44개 품목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은 약 3%였다.통계청에 따르면, 설탕 물가는 1년간 20%가량 올랐는데 쿠팡 스테비아 설탕(1kg) 가격은 5.3% 빠졌다. 초콜릿은 1년간 14% 올랐는데 쿠팡 스테비아 초콜릿(180g) 가격은 1% 오르는데 그쳤다.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는 2017년 출시한 ‘탐사수’다. 탐사수는 현재 ‘무라벨 2L’(12개입) 제품을 6490원(100ml당 27원)에 로켓배송하고 있다. 비슷한 2L용량 생수 6병을 6000원대 중반에 파는 일반 대기업 브랜드와 비교해 ‘반값’ 수준이다. 고추장 1kg 제품을 1~2만원에 파는 일반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쿠팡에선 2kg을 8000원대에 구할 수 있다.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적극적으로 PB상품 가격을 내리는 등 고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피코크 인기상품 20종을 할인판매 하기 시작했다. 피코크 쟁반짜장(1kg·6986원), ‘피코크 매콤 등갈비찜(500g·1만384원), 피코크 등심탕수육(510g·7184원) 등이다. 치킨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치킨플레이션’에 대응한 홈플러스 PB 브랜드인 ‘당당 치킨’(6990원)등 가성비 효과에 힘입어 홈플러스(온라인)의 지난 3월 치킨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편의점 CU의 PB 브랜드 ‘득템시리즈’는 최근 주거 판매량이 3000만개를 돌파했다. 라면, 계란, 김치, 티슈 가격은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44~74% 가량 싸다. 대표적으로 계란 개당 가격(327원)이 기존 제품보다 43% 저렴하고, 핫바 득템 치즈는 g당 가격이 74% 싸다.

◇PB로 중소 제조사 성장 기여..”파산위기, 판로중단 극복”

유통업계가 만드는 PB제품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수반하는 일반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마케팅이나 포장 등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해 상품 가격을 크게 낮춰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특히 쿠팡은 유통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에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구축하고, 대규모 직매입과 빠른 익일·당일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어 PB상품의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좌우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넘어섰다. 조사대상 35개 회원국 중 물가 상승률이 세번째로 높았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PB상품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PB상품 판매가 확대될수록 중소 제조사의 매출과 일자리 창출도 늘어난다. 쿠팡의 PB상품 전담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의 파트너사 중 10곳 중 9곳은 국내 중소 제조사로, PB 제품 수와 수량의 80%를 책임진다. 쿠팡에 입점한 PB 중소 제조사는 지난해 말 550곳으로, 2019년 말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났다. 고용 인원은 2만3000명(올 1월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3000명 늘어난 수치다. 전체 중소 제조사의 80%는 비(非) 서울 지역에 분포해 있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쿠팡 PB 중소 제조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이마트 노브랜드 역시 전체 1500개 제품 가운데 70% 가량을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5년 노브랜드가 처음 나왔을 때 중소기업 수는 120여곳으로, 수년간 파트너가 크게 늘었다. CU도 중소기업과 협업해 PB 빵류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베이크하우스405’는 시중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빵보다 최대 5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PB ‘리얼 프라이스’도 100여곳이 넘는 협력 제조업체 가운데 중소기업이 상당수로 만두, 타올 등의 상품을 생산한다.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 제조사와 거래를 트기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했다.쿠팡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부산 등푸른식품의 이종수 부사장은 “한때 파산 위기를 겪었다 2019년 쿠팡 입점으로 판매가 크게 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다”며 “대규모 납품으로 인해 원가를 절감하고, 로켓배송 등으로 고객을 확대한 것이 위기 극복의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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