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일 못해 받는 ‘일실수입’ 기준 월 22일→20일로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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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사고로 다쳐 일을 못 하게 된 사람의 손해액, 즉 ‘일실수입’을 계산하는 월 기준일이 기존 22일에서 20일로 줄게 됐다. 대법원이 주5일제 정착 등으로 우리 사회의 평균 노동일수가 줄었다고 판단하면서다.

25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크레인 작업을 하다 다친 공사장 노동자에 대해 월 22일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계산한 판결을 깨고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는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에 맞춰 판단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일실수입은 사고로 잃어버린 장래 수입, 즉 사고가 없었더라면 미래에 벌 수 있을 소득이다. 일당은 대한건설협회나 국가통계를 통해 반기마다 책정하는 일용노임단가로 계산하면 되는데, 여기에 월 며칠을 곱할지는 판사의 판단 영역이며 그 판단의 기준이자 지침이 되어 온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이번 사건은 1심에서 그 다친 사람의 이전 고용보험 기록 등을 살펴본 결과 통상의 경우보다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보고 월 가동일수를 22일이 아닌 19일로 인정했던 것을, 2심에서는 그다지 달리 볼 이유가 없다며 경험칙상 추정되는 월 가동일수인 22일을 적용하는 걸로 바꾼 사건이다. 1심과 2심이 특수와 보편의 대립이었다면 이날 대법원 판단은 새로운 보편의 제시인 셈이다다. 특수한 상황은 하급심에서 고려하되, 앞으로의 경험칙은 22일이 아니라 20일이란 얘기다.

1994년 대법원은 “60세가 될 때까지 도시일용직 노동자는 매월 평균 25일 일할 수 있다”고 봤으나 2003년엔 “도시일용근로자의 월간 가동일수는 22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부터 자리잡은 ‘월 22일’ 기준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는데, 이날로 21년만에 22일에서 재차 20일로 줄어들게 됐다.

대법원은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1주간 근로시간 상한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고 이는 2011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등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뤄졌다”며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 지정도 하게 돼 연간 공휴일이 느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도시일용직 노동자의 월 가동일수 기준은 노동능력을 잃어 무직자가 된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주부·학생·미성년자·구직자의 경우에도 두루 적용된다. 가동일수를 많이 인정하면 더 많은 돈을 배상해주게 되는 보험회사들은 그간 가동일수를 줄여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사건도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이 “도시노동자 월 가동일수가 19일을 안 넘을 뿐 아니라 더 줄었다”며 상고한 건이다.

한 대법원 연구관은 이날 판결에 대해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하란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 증명한 경우에는 이를 초과할 수 있으나 기준점을 22일에서 20일로 줄인다는 의미”라면서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실제 손해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해야 하는 대원칙상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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