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중국인의 소울푸드, 교자의 기원에 대한 가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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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 게티이미지뱅크

교자.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는 다양한 만두가 있다. 요리법에 따라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재료별로는 고기만두, 채소만두 혹은 밀만두, 메밀만두, 어만두 등으로 세분화된다. 하지만 어쨌든 이름은 만두로 통일된다.

중국 역시 만두 종류가 많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다. 중국에서는 만터우라고 부르는 소 없는 찐빵 만두부터 교자, 포자, 훈툰과 완탕, 물만두인 수교(水餃), 샤오마이(稍麥) 등등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중 중국 만두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교자(餃子)다. 가장 많이 먹기도 하지만 심정적으로도 각별하다. 일단 대부분 명절에 교자가 빠지지 않는다. 한국 명절에 떡을 빼놓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명절인 춘절이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고대의 새해였던 동짓날에는 반드시 교자를 먹는다. 중국 속담에 동짓날 교자를 먹지 않으면 겨울에 귀가 얼어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음 속 소울푸드인 만큼 교자와 관련돼 전해지는 이야기도 많다. 교자 기원설도 그중 하나다.

중국인들 만두는 제갈공명이 발명했지만 교자는 장중경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우리한테는 낯선 인물인 장중경은 2세기 한나라 말의 유명한 의사였으면서 고위 관리였다. 지금의 하남성 남양태수를 지냈던 그가 한겨울 임기를 마친 후 귀향길에 올랐다. 때마침 전염병이 돌았고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 백성들은 귀가 얼고 짓물러 죽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 모습을 본 장중경이 밀반죽에 고기를 넣고 귀 모양의 교자를 빚어 가마솥에 끓인 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동짓날부터 춘절까지 계속해 교자 만두국을 끓여주니 몸이 따뜻해지고 양쪽 귀에 열이 오르면서 얼은 귀가 치료됐다. 사람들이 이 교자 만두국을 거한교이탕(祛寒嬌耳湯)이라고 불렀는데 추위를 물리치는 아름다운 귀(嬌耳) 모양의 국이라는 뜻이다. 제갈공명의 만두 못지않게 인간적이다.

또 다른 스토리도 있다. 1644년 이자성이 농민봉기를 일으켜 명나라를 무너트린 후 순(順)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황제가 됐다.

하지만 곧 만주족의 청나라에 패해 쫓겨났는데 전해지는 말로는 만두, 즉 교자를 함부로 먹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 농민들에게 교자는 설날인 춘절에나 한번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황제가 된 이자성이 주제를 잊고 시도 때도 없이 42차례나 먹었다. 하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옥황상제가 화가 났다. 원래 이자성은 42년간 황제를 할 운명이었는데 겨우 42일 만에 쫓겨난 이유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중국인의 교자 만두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 말고도 중국의 여러 만두 중 교자는 그 이름에 담긴 의미와 해석이 특별하다. 먼저 많이 알려진 것처럼 만두는 남만 오랑캐 머리(蠻頭)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험악한 유래설이 생긴 배경으로 만두가 서역에서 전해진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사실 튀르키예부터 위구르까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만두를 만트(manti) 혹은 만투(mantu)라고 부른다. 이 음식이 중국에 전해지면서 만터우(曼頭)로 음역됐다가 후에 한족이 양자강 이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남인(南人)을 멸시하는 풍조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남만 오랑캐 머리라는 제갈공명의 만두발명설이 생겨난 것으로 본다.

또 다른 만두 종류로 혼란스럽다는 혼돈(混沌)에서 비롯됐다는 훈툰(餛飩) 역시 서역 이름의 한자 음역인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교자(餃子)에는 온갖 좋은 의미가 다 담겨 있다. 춘절을 맞아 해가 바뀌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인 자시(子時)에 먹는 상서로운 음식인 만큼 이름 속에 송구영신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 자식을 낳는다(交子)는 다복, 춘절에는 돈처럼 둥글게 빚는다는 재복의 의미가 있다는데 여러 만두 중에서 왜 교자에만 이렇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교자 이름의 변천을 통해 이유를 짐작해볼 수도 있다. 중국에 처음 전해진 만두 종류는 크게 만두, 훈툰, 뇌환(牢丸) 세 종류였다.

만두와 훈툰은 지금까지 비슷한 이름으로 이어졌지만 뇌환, 중국어로 라오완은 이름이 완전히 중국식으로 바뀐다. 당나라 때는 분각(粉角)이라고 했는데 애써 풀이하면 밀가루를 각지게 빚었다는 의미다. 이어 송나라에서는 각자(角子), 각아(角兒)로 불린다.

당송 시대는 중국에서 밀가루 음식이 퍼지고 자리 잡는 시기였으니 처음 뇌환이라고 했던 음식이 이때 중국화하면서 이름도 중국식으로 정착됐다. 이후 명 청 시대에 지금의 이름인 교자(餃子)가 됐다. 참고로 송나라 각자(角子)와 명 청시대 교자는 중국어는 모두 쟈오즈다.

그러니 교자의 원뜻은 각지게 빚은 만두로 뇌환이라는 음식이 중국화되는 과정에서, 또 밀가루 음식이 대중화되면서 중국식 한자 이름을 얻으며 중국인의 소울푸드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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