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스토리] 44개 가공식품 값 7.2% ↓…고물가 역주행 ‘쿠팡 PB 상품’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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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PB 상품 평균가격 낮추거나 유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 억제에 기여
파트너사 중소기업 판로도 열어줘

 쿠팡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 참가해 자체 브랜드(PB)를 통한 소상공인과의 상생 등 유통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 참가해 자체 브랜드(PB)를 통한 소상공인과의 상생 등 유통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파는 곰곰 등 주요 장바구니 자체 브랜드(PB) 상품 가격이 최근 고물가 속에서도 하락하는 ‘역주행’을 보이면서 소비자 인기를 얻고 있다. 고추장이나 된장, 식빵, 참기름처럼 구매가 잦아 장바구니 물가 비중이 높은 상품을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PB 상품으로 ‘인플레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2일 쿠팡의 가격 추적 앱 ‘역대가’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설탕·시리얼·두부·배추김치 등 주요 가공식품 베스트셀러 PB상품 44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4개 제품 가운데 32개 상품(73%)이 하락했고, 가격이 오른 상품은 12개에 불과했다. 곰곰 쌀 떡국떡(1.5㎏)은 3670원으로 1년 전(6200원)과 비교해 40%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얇은피 고기만두(1㎏), 곰곰 즉석밥(200g·10개입), 콘플레이크 오리지널(1.2㎏), 참기름(350㎖) 등도 1년간 20%대 하락률을 보였다. 두부·단무지··소시지·배추김치 등 10% 이상 하락한 상품만 13개였다.

쿠팡의 주요 PB 상품의 가격 하락폭은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 물가 조사와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비교 대상 44개 품목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은 약 3%였다. 그중 설탕 물가는 1년간 20%가량 올랐는데, 쿠팡 스테비아 설탕(1㎏) 가격은 5.3% 빠졌다. 초콜릿이 1년간 14% 오르는 동안 쿠팡 스테비아 초콜릿(180g) 가격은 1% 오르는 데 그쳤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주요 PB 상품의 평균 가격을 유지하거나 낮췄다. 2023년 2월 쿠팡의 주요 가공식품 40개 가격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평균 1.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3분기에도 가격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물류센터로 유통비 낮춘 덕에 싼 가격 가능  

쿠팡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가격에 장바구니 PB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로는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통한 로켓배송망이 핵심으로 꼽힌다. 쿠팡은 최첨단 자동화 물류기술 기반으로 전국에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구축하고, 대규모 직매입과 빠른 익일·당일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으로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는 2017년 출시한 ‘탐사수’다. 탐사수는 현재 무라벨 2L(12개입) 제품을 6490원(100㎖당 27원)에 로켓배송하고 있다. 일반 대기업의 2L 용량 생수 6병(6000원대 중반) 상품과 비교해 반값 수준이다. 고추장 1㎏ 제품을 1만~2만원에 파는 일반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쿠팡에선 2㎏을 8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고물가 기조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쿠팡이 앞으로도 물가 상승 억제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넘어섰다. 조사 대상 35개 회원국 중 물가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았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쿠팡의 PB 상품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쿠팡 PB 상품은 중소 제조사의 매출과 일자리 창출을 높이고 있다. 쿠팡의 PB 상품 전담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의 파트너사 가운데 10곳 중 9곳은 국내 중소 제조사로, PB 제품 수와 수량의 80%를 책임진다. 쿠팡이 배송과 마케팅, 물류비, 고객 응대를 모두 전담하고, 중소기업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입점 업체가 크게 느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 제조사와 거래를 트기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밝혔다.

파산위기 기업도 쿠팡 입점 통해 극복

쿠팡에 입점한 PB 중소 제조사는 지난해 말 550곳으로 2019년 말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났다. 고용 인원은 2만3000명(올해 1월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3000명 증가했다. 전체 중소 제조사의 80%는 서울 외 지역에 분포해 있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쿠팡 PB 중소 제조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쿠팡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부산 등푸른식품의 이종수 부사장은 “한때 파산 위기를 겪었는데 쿠팡 입점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대규모 납품으로 인해 원가를 절감하고, 로켓배송 등으로 고객을 확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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