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났다, 이달만 잘 넘기면…"30% 뛸 건설주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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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저평가’ 건설주, 지금 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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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멈췄는데 주가만 땅굴을 파고든다. 국내 건설사 얘기다. 건설업종 주가는 지난 3년 가까이 내리막이었다. 증시 활황기인 2021년 7월 142선까지 치솟던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반 토막 나며 7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GS건설이 2021년 고점 대비 69.2%(23일 기준) 급락했고, 대우건설도 59.1% 내렸다. 올 초 정부의 ‘밸류업’ 정책 등장으로 전통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인 건설 종목도 오르나 싶었지만, 이내 힘을 잃었다. 4월 총선이 끝나면 정부가 억지로 틀어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진다는 위기설 때문이었다. 정부는 계속 부인하지만, 위기설은 5월로 번지며 시장을 불안케 하는 상황이다.

1. 3년 만에 반토막 난 주가위기설에 ‘밸류업’ 허사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며 대상에 따라 투자 적기로 삼을 만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위기설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고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다. 과연 건설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나 반등할까. 언제,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안겨줄까.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사실 건설업계에 위기설이 나돈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발단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다. PF는 건설사가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에서 빌리는 것으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짓는 ‘돈줄’이다. 일반적인 대출과 다른 건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해당 사업의 수익성을 내세워 돈을 빌린다는 점이다. 대출 흐름은 이렇다. 건설사나 시행사는 착공 전에 땅 매입과 인허가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이 잘될지 모르는 단계인 만큼 1금융권이 아닌 2금융권이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이게 브리지론이다. 착공 전후를 잇는(bridge) 대출이라는 의미다. 공사가 시작되면 금리가 낮은 1금융권(은행)에서 대출(본PF)을 받아 브리지론을 갚고 공사비를 댄다. 이후 아파트 등을 분양해서 받은 돈으로 PF 대출을 모두 갚는 구조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020~2021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건설사와 금융회사 모두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수요가 줄고 공사비 급등까지 더해지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중소 건설사는 집이 안 팔려 금융사에 돈을 갚지 못했고, 금융사는 PF 대출을 아예 틀어막았다. 건설사 입장에선 대출이 막혀 공사를 못 하고 급기야 폐업하는 악순환에 갇힌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위기설은 수차례 불거졌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이 각각 13.7%, 6.9%에 달했다. 브리지론이 2금융권에 집중된 데다, 브리지론을 받은 뒤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좀비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또 돈을 못 받은 금융회사는 대개 3~6개월 단위로 만기를 2~3회 연장해 주는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이후로 연장된 PF 만기가 속속 돌아온다. 한국기업평가가 증권사 23곳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PF는 11조9000억원 규모다.

2. PF·악성 미분양 상황 보면 과거 위기보다 수치 양호 

4, 5월 위기설은 현실화할까. 전문가 사이에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PF 관련 지표가 과거 위기 때만큼 나쁘지 않다. PF 연체율(2.7%)은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던 2012년(13.6%)보다 크게 낮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난 2월 1만1867가구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5만1796가구)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린 건설사도 자금 조달에 나서 급한 불을 껐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이 누그러진 만큼 위기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그렇다면 건설주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어떨까. 아직은 회의론이 우세하다. 기본적으로 건설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데다, PF 부실 문제가 단기간에 잡히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취약해진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실이 나타난다면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다수의 사업장이 원가 상승, 분양률 저하로 공사 지연을 겪고 있어 PF 후유증이 길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시각을 바꾸면 호재가 보이는 법. 오히려 건설주 투자의 적기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최대 악재인 위기설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데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실제 주가는 역대급 저평가 수준이다. 현재 GS건설과 DL이앤씨, 대우건설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에 그치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적다는 뜻이다. 그나마 삼성E&A(이하 삼성엔지니어링)가 1.47배로 1배를 웃돌았다.

주택 경기도 꿈틀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로 두 달 연속 올랐다. 거래도 두 달째 증가세다. 지난 2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신고일 기준)은 4만3491건으로 전월보다 1.1% 늘었다.

3. 실적·가치·재무 ‘3박자종목’전문가 “내달 이후 투자할 만” 

그렇다고 모든 건설사 주식이 괜찮은 건 아니다. 종목 선정의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①실적 개선이 뚜렷하고 ②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낮으며 ③재무 구조가 안정적인지다. 재무 안정성의 조건은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적고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다. PF 우발채무는 아직 빚이 아니지만 나중에 채무로 잡힐 수 있는 것으로, 건설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지급보증을 쓴 자금 등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를 고려하면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에선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첫손에 꼽힌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의 경우 플랜트(생산시설 건설) 위주로 실적이 개선돼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DL이앤씨의 PBR은 0.31배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은 2조원 규모다.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기자본의 43% 수준이다. 업계에선 PF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의 100% 이하여야 양호하다고 본다. 태영건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이 374%에 달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36%에 이르지만, 주가는 바닥 수준(PBR 0.37배)이다. PF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84%다.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 주가 평균은 각각 5만200원, 2만3070원이다. 현 주가보다 30~40%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거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주의 반등 포인트는 PF 부실 해소 또는 금리 인하 임박에 대한 신호”라며 “지금 주식을 사도 주가가 더 내리진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진 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위기설의 실체가 확인돼야 하므로 4월은 넘어가야 주가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작아 PF 문제에서 자유로운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프로젝트 중 가스 처리·부속 시설을 짓는 공사를 따냈다. 공사 금액은 60억7000만 달러(약 8조2000억원).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증권사의 목표가 평균치는 3만5610원으로, 현 주가보다 35%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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