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꽉차 서서 입찰…"8000만원 싸게샀다" 아파트 경매 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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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내집마련 수요’ 몰리는 법정

지난주 방문한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 법정은 경매 참여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좌석에 앉지 못하고 서 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평택에서 올라온 A씨는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아파트(전용 84㎡)를 7억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해당 면적은 현재 8억5000만원 전후로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사실상 8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매수하게 된 셈이다. A씨는 “원하는 가격에 집을 낙찰받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최근 경매 시장에 물건이 넘쳐나면서 김씨와 같이 경매를 통한 ‘내집마련’ 수요가 몰리고 있다. 24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663건으로 2월(2422건)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2233건)에 비해선 20% 가까이 늘었다.

이는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집값 급등기에 대출을 받아 높은 가격에 집을 매수한 ‘영끌족’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경우(임의경매)가 늘어서다.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사람)가 ‘역전세’(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하락)를 맞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경우(강제경매)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도 증가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매 시장이 크게 얼어붙으며, 강남권 주요 입지 아파트마저 경매 참여자가 없어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응찰자 수(입찰 경쟁률) 등 경매 주요 지표가 오름세로 전환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83.7%)보다 1.4%포인트 상승한 85.1%를 기록했다. 2022년 8월(85.9%) 이후 1년 7개월 만에 85%를 넘겨 최고치를 나타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 시세와 근접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는 지난 8일 18억3524만원에 낙찰됐는데, 낙찰가율은 114.7%였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8.5명)보다 늘어난 9.7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수도권의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3월 전국 응찰자 수 상위 10개 단지 아파트 중 8곳이 감정가 9억원 이하의 물건이었다.

경매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 등 경매 지표는 일반적으로 집값의 선행 지표로 작용한다. 경매 지표가 개선되면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매수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3월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5개월 만에 100을 넘어서며 상승 응답이 더 많았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줄고, 심지어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해 지표만으로 향후 집값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낙찰가율은 오름세지만, 경매 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을 뜻하는 ‘낙찰률’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 수준에 따라 앞으로 매매 시장에 가격을 더 낮춘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경매 시장 분위기도 다시 차갑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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