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시아 허브’ 대한민국 되려면 투자 친화적 환경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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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2월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아시아지역 본부 국내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 과감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해 2월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아시아지역 본부 국내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 과감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아태 본부, 싱가포르 5000개 홍콩 1400개…한국은 100개

CEO 형사책임 등 ‘갈라파고스 규제’ 철폐로 투자 유인을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의 도약을 막는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다. 지난 23일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2024년 암참 국내 기업 환경 세미나’에서다. 한국의 투자 매력을 높이려면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올해 초 암참이 대통령실에 보낸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 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진출의 걸림돌로 꼽는 요인은 여럿이다. 우선 예측 불가능한 조세 집행이나 규제 정책 등이 한국행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산업재해나 세금과 관련한 여러 영역에서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책임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도 한국으로의 이전을 고심하게 하는 이유로 지적됐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CEO가 형사처벌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없는데, 한국이 CEO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도 글로벌 기업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암참이 지적한 문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던 것들이다. 다만 달라진 건 주변의 상황과 분위기다. 암참이 회원사를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아태 지역 본부 소재지로 적합한 지역으로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전기차 공급망, 인터넷 플랫폼 등 산업에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이런 측면에서는 충분한 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어진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탈(脫)중국’ 흐름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의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불안감을 키우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도 완화해 주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동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싱가포르에 자리 잡은 글로벌 기업의 아태 지역 본부는 5000여 개, 홍콩은 1400여 개다. 반면에 한국은 100개 이하다. 기업이 오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투자도 늘어난다. 글로벌 산업계의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아시아 허브’란 구호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을 잡기 위한 규제 개혁과 합리적인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