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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준석의 파트너가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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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허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허진 정치부 기자

허진 정치부 기자

‘보수 정당이 선거 연합 없이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명제는 4·10 총선을 통해 증명됐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이 2년 전 대선과 이번 총선의 결과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선거 연합의 붕괴다.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보수 성향 중도층과 탈(脫)진보 진영이 선거를 포기하거나 진보 진영으로 되돌아가면서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대 연합 또한 해체됐다. 지난 대선은 진보 성향이 강한 40·50세대를 60대 이상 고령층과 2030세대 남성이 연합해 이긴 선거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이끌 때부터 강조하던 ‘세대 포위’ 구도였는데, 이번에 그게 깨진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게다가 3년 뒤 대선, 4년 뒤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인구 구조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65세 이상 사망자는 30만3429명(2022년 기준)이다.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70%가 국민의힘에 투표한다고 봤을 때 이들의 사망으로 국민의힘은 21만 표를, 더불어민주당은 9만 표를 매년 잃는 셈이다. 이걸 5년 단위로 보면 두 정당의 격차가 60만 표(12만 표×5년) 줄어드는 것이고,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득표 차이 31만766표(0.73%포인트)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새로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의 보수화가 진행되면 그 크기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86그룹’은 이전 세대의 고령층과 달리 진보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은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한다.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스윙 보터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잡아야 한다’는 명제로 이어진다. 진단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해법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꼰대 정당’ 국민의힘이 누구보다 공정에 민감하고 실용적인 이들 세대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사로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성별 투표 성향도 확연히 갈려 세심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확실한 치료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의 대증요법은 이준석을 다시 아군으로 돌리는 것이다. 총선 비례대표 출구조사에서 20대와 30대 남성의 16.7%, 9.5%가 각각 개혁신당을 지지한 걸 보면 영향력의 실체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준석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경기 화성을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정치적 역량도 입증했다. 이를 목도한 국민의힘에선 벌써 “이준석과 협력하지 않고선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3년 뒤 대선의 보수 진영 최종 후보는 결국 이준석과 손을 잡은 자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