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不知老之將至(부지로지장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초나라 섭현(葉縣)의 태수인 심저량(沈諸梁)이 본분을 잊고 ‘공(公)’자를 붙여 ‘섭공’이라 자칭했다. 그런 심저량이 시답잖은 말로 공자 제자 자로에게 스승인 공자에 관해서 물었다. 자로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는 자로에게 “너는 왜 나에 대해 ‘분발하면 먹는 것도 잊으며, 늘 스스로 즐거워 근심을 잊고 살기 때문에 장차 늙음이 다가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심저량으로 하여금 공자의 인품과 경지를 알게 하여 조금이라도 본받도록 할 걸 그랬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知:알지, 將:장차 장, 至:이를 지. 늙음이 다가옴을 알지 못하네. 22x62㎝.

知:알지, 將:장차 장, 至:이를 지. 늙음이 다가옴을 알지 못하네. 22x62㎝.

공자는 자신의 생활태도를 누구에게라도 떳떳하게 내보이고 또 설명해 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세월을 잊은 채 매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을 이르는 ‘부지로지장지(不知老之將至)’라는 말이 나왔다.

나무꾼이 본분을 잊고 신선들의 바둑 놀음 구경에 몰두하다가 허송세월한 일을 빗댄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부지로지장지’는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더러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표현한 긍정적인 말이다. 몰두하는 일과 함께 즐거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부지로지장지’하는 사람은 만년 청년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