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2564건 특허부자 LG엔솔…“특허 무임승차 더는 못 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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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업계에 만연한 ‘특허 무임승차’에 칼을 빼 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계 후발 기업들의 무분별한 기술특허 침해에 소송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고, 로열티 비즈니스로의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3만256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배터리 기업 중 1위다. 1992년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최근 10년간만 해도 연구·개발에 45억 달러(약 6조1700억원)를 투자한 결과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 공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회피하며 배터리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경쟁사 제품들에서 LG엔너지솔루션 고유 기술을 무단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전자기기 제조 업체들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A사의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이 분석한 결과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해질 첨가제 등에서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기술이 50건 이상 발견됐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중 중요도가 높은 ‘전략 특허’는 1000여건이다. 이 가운데 580건 이상이 경쟁사에 무단 도용됐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580여 건에 대해 소송 또는 경고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올 1~2월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38.4%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포인트나 점유율을 올렸다.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3.7%로 지난해보나 0.2%포인트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소송전 예고는 배터리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특허 로열티’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의미도 있다. 회사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화해 특허 풀(Pool)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이기며 합의금 2조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 중 1조원은 이미 받았고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로 매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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