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모 가석방 보류, 내달 다시 심사…“정쟁 대상 원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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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7)씨가 당분간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법무부는 23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최씨에 대해 가석방 심사 보류 판정을 내렸다. 최씨는 앞서 지난 2월 심사에서는 가석방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심사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등 법무부 소속 내부위원 4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관계자 “다른 요소들까지 종합해 판정”…내달 재심사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77)가 지난해 7월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최씨는 징역 1년을 받고 법정구속 돼 현재까지 약 9개월째 수감중이다. 뉴스1.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77)가 지난해 7월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최씨는 징역 1년을 받고 법정구속 돼 현재까지 약 9개월째 수감중이다. 뉴스1.

최씨는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약 349억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계약·등기하는 등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0년 3월 기소됐다. 지난해 7월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약 9개월째 복역 중이다. 남은 형기는 3개월이다. 최씨는 상고심 도중인 지난해 9월 15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가석방 심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씨는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모든 대상자에게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며 “본인 주장뿐 아니라 또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모든 대상자를 동일한 잣대에서 동등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심사위는 수형자의 나이·범죄동기·죄명·교정성적·건강상태·가석방후생계능력·생활환경·재범위험성 등을 고려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이날 가석방 심사가 보류되면서 최씨는 다음 회의에서 다시 심사를 받을 수는 있게 됐다. 가석방심사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심사위는 가석방 대상자에 대해 적격·부적격·심사보류 등을 결정할 수 있는데, 적격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최종 허가를 거쳐 정해진 날 가석방되고,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다음 가석방 심사에서는 제외된다. 법무부는 다음 달로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기념일 가석방 심사에서 최씨의 가석방 여부를 다시 판단할 예정이다.

최씨도 “정쟁 대상 돼 국민 우려하는 건 원치 않는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최씨에 대한 가석방을 연이어 부적격·보류 판정한 건 대통령의 장모라는 이유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여권에 겹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이 소환조사에 나서지 않는단 점 등을 이유로 야권에서 '특혜'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가족 리스크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최씨는 동부구치소를 통해 가석방심사위 측에 “(가석방 여부가) 정쟁의 대상이 돼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2월 한차례 불발됐는데 그 이후로 최씨를 둘러싼 상황이 더 좋아진 게 없지 않느냐”며 “4·10총선을 통해 여권이 심판을 받은 게 불과 2주 전인 걸 고려하면 가석방을 갑자기 허가하는 것도 민심에 반하고, 오히려 최씨 본인이 3개월여 남은 형기를 스스로 살겠다고 하는 게 여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2월 가석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도 연이어 심사 대상이 된 건 교도소장의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이 재량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이라서다. 형집행법 121조(가석방 적격심사) 제1항에 따르면 ‘소장은 형법 제72조 제1항의 기간이 지난 수형자에 대하여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위원회에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장은 분류처우위원회 의결을 거쳐 적격심사신청 대상자를 선정한다.

형법 제72조 제1항에 따르면 가석방 적격심사를 받을 수 있는 복역 기간은 무기형의 경우 20년,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이후다. 여기에는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라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가석방 심사 실무에선 통상 형기 3분의 2 이상을 채운 모범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을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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