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릴 스트립"…전도연, 27년 만에 연극무대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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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박해수 주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23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호주 출신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원작을 한국 배경으로 바꿔 연출을 맡았다. 사진 LG아트센터

전도연, 박해수 주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23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호주 출신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원작을 한국 배경으로 바꿔 연출을 맡았다. 사진 LG아트센터

“출연 제안받고 용기가 안 났어요. 잘 거절하려고 사이먼 스톤 연출의 전작 ‘메데아’ 공연영상을 보는데 배우로서 피가 끓더군요.”
27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하는 배우 전도연(51)의 소감이다. 호주의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연극 ‘벚꽃동산’이 6월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LG아트센터가 4년 전부터 투자‧제작한 대작이다.
23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엔 스톤 연출과 전도연‧박해수‧손상규, 무대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사울킴이 참석했다.
전도연의 연극 도전은 ‘리타 길들이기’(1997) 이후 두 번째다. “첫 연극은 너무 오래돼 가물가물하다. 무모하게 선택했다”며 웃은 전도연은 “늘 연극을 갈망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영화‧드라마와 달리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자신 없었다”면서 “이번엔 스톤 연출에 매료돼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도연 27년만의 연극 복귀작 #'벚꽃동산' LG아트센터 6월 개막 #스톤 "전도연은 한국의 메릴 스트립"

“연극 갈망…정제 안된 모습 두려웠죠” 

연극 '벚꽃동산' 포스터. 사진 LG아트센터

연극 '벚꽃동산' 포스터. 사진 LG아트센터

스톤은 입센 희곡 ‘들오리’를 영화로 연출한 ‘나의 딸’부터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하우스’ 등 고전을 재해석한 다국적 작업으로 스크린‧무대를 넘나들었다.
‘벚꽃동산’은 19세기 러시아 배경 안톤 체호프의 유명 원작을 현대 한국 무대로 옮겼다. 아들의 죽음 후 미국에 갔던 주인공 송도영(전도연)은 10여년 만에 돌아온 서울이 낯설기만 하다. 가족과 살던 집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원작에서 쇠락한 귀족 가문 상속자 ‘류바’가 시대 변화로 뺏기게 된 벚꽃동산 저택이 이번 연극에선 몰락해가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10대 때 호주 멜버른 영화제를 찾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로 처음 한국영화에 빠져 20여년 간 200편 이상의 한국영화‧드라마를 봤다는 스톤 연출이 이를 바탕으로 캐스팅을 하고, 2022년 한국에 와서 리서치를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배우들과 상의하며 각본을 완성했다.
그는 “한국 배우의 연기는 세계적 수준이다. 비극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웃음 나는 희극으로 오가는 재능이 있다”면서 특히 전도연에 대해 “한국의 메릴 스트립(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이 필요했다. ‘벚꽃동산’ 주인공은 어떤 짓을 해도 사랑스럽게 보여야 하는데 전도연은 악역을 맡아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 상대역 박해수에 대해 “강렬함 안에 연약함을 지녀 연기 변화가 탁월하다. 초반부 자신 없고 초조한 노동자에서 강렬한 인물로 부상하는 인물을 잘 표현해냈다”고 칭찬했다.

"한국 단기간 경제·문화발전…원작시대 닮아"

연극 '벚꽃동산' 주연배우 전도연과 박해수. 사진 LG아트센터

연극 '벚꽃동산' 주연배우 전도연과 박해수. 사진 LG아트센터

각 인물엔 스톤 연출이 배우들과 대화하며 끌어낸 개인적 이야기도 담았다. 등장인물 이름까지 배우들과 함께 정했다. 그는 “호주가 아닌 15개국에서 작품을 해왔는데 늘 배우들의 재능이 어떤 인간성‧인간사를 대변한다. 사원의 사제처럼 배우들은 우리 대신 고통을 대리 체험하고 여기서 카타르시스가 나온다”고 했다.
또 한국 무대 작품으로 ‘벚꽃동산’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이 짧은 시간 이룬 경제‧문화적 변화가 놀라워서”라고 했다. “체홉이 1905년 러시아의 전통‧현대 급변기에 이 작품을 썼다. 한국도 비슷하다”면서 “한국이 짧은 시간 이룬 경제적‧문화적 변화는 놀랍다. 한국은 지금 전세계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저도 그 기적(Miracle)의 일부가 되고 싶어서 ‘벚꽃동산’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사회 변화란 사람에 대한 개혁이다. 정체된 인간들에 의해 변화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라면서 “사이먼이 한국 정서로 바꿨다지만, 글로벌하게 공감될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무대 위에서 실수하는 게 두려웠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겁니다. 배우고 성장하겠지요. 분명 실수하겠지만, 예쁘게 봐주시겠지요. 감사합니다.”
‘벚꽃동산’은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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