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전자 가위 기술' 관리 못하면, 제2의 코로나 터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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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모습. 신문은 ″국가과학원이 새 품종 개발 연구에 창조적 지혜를 합쳐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모습. 신문은 ″국가과학원이 새 품종 개발 연구에 창조적 지혜를 합쳐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이 유전체를 조작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코로나19에 버금가는 감염병 확산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소속 김현중 신안보연구실·변상정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발간한 최신 이슈 분석 소고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미 국무부가 최근 발간한 ‘2024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 이행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의 생화학 무기 활용 가능성을 전망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국가과학원 산하 생물공학 분원을 평양 시내 중심가로 이전·확장하는 등 생명공학 연구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21년 김일성 종합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합성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공개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국가과학원의 생물공학 분원에서 ‘새 품종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유전자 조작 역량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미 국무부는 “북한이 유전자 조작 생물학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외부와 단절된 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북한이 국제적 수준의 생물 안전 관리를 준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INSS 연구위원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례처럼 북한의 생물공학 연구실에서 조작한 바이러스·박테리아가 유출될 경우 전 세계가 또 한번 치명적인 감염병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고도의 병원성 바이러스를 유포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가과학원 나노공학분원 나노응용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국가과학원 나노공학분원 나노응용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만약 북한이 생물학 무기를 개발한다면 요인 암살·테러 등 비정규전에 사용할 목적에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무인기 등을 동원해 공중에서 에어로졸로 생물학 제제를 분사하는 식의 대량살상무기(WMD)화도 가능하지만, 이는 고도의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번 생산하면 대량으로 오랫동안 비축·저장하기 위해 값비싼 저장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북한이 이런 능력까지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가 올해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의 유전자 가위 기술과 더불어 중국 인민해방군의 독소 개발을 비중 있게 다룬 점도 주목된다. INSS의 연구위원들은 “국무부는 인민해방군이 이중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해양 생물 독소를 개발하고 있다고 명시했는데, 흥미롭게도 EU는 지난해 5월 이중용도 생화학무기 독소 목록에 브레베톡신·고니오톡신·노들라인·팔리톡신 등 4가지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브레베톡신 등은 중국 남동부 또는 남중국해 연안 등에서 발견된 어패류 독소로 중국 내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위원들은 그러면서 “미 국무부가 공개 보고서를 통해 북·중의 생물 무기 개발 동향을 상세히 밝힌 것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두 나라의 군사용 독소 개발 협력에 대해 경고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중·러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비정규전을 위한 군사용 독소 무기를 공동 개발·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한·미·일 차원의 전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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