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대신 카드 챙겨요"…해외여행 열기에 '트래블카드' 각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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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미지. 연합뉴스

신용카드 이미지. 연합뉴스

#이달 초 사이판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정모(29)씨는 여행비용을 환전하는 대신 체크카드 한장만 챙겨 출국했다. 현지에서 카드로 바로 결제하고, 현금이 필요할 땐 ATM 기기에서 그때그때 조금씩 출금해서 썼다. 정 씨는 “1년에 2~3번은 해외여행을 가는 편인데, 해외여행 특화 카드는 해외결제와 ATM 출금 수수료가 무료라서 간편하게 여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 이른바 ‘트래블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출국 전 여행비용을 환전해 챙겨가기보다 현지에서 간편하게 카드 결제를 하는 행태가 자리 잡으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해외결제‧ATM 출금 수수료 무료 혜택은 물론,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혜택까지 담아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22일 KB국민카드는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체크카드 연결계좌를 통해 원하는 금액만큼 외화를 충전하고, 수수료 없이 해외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외화 충전 시에는 33종 통화에 대해 환율 100% 우대 혜택이 적용된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여행을 즐기는 고객을 겨냥한 혜택까지 담아 상품을 차별화했다. 카페‧빵집 등 식음료 업종과 철도‧버스‧주차장 등 7개 영역에서 월 최대 2만원 할인이 제공된다. 온라인 맛집 소개 플랫폼인 ‘푸딘코’와 손잡고 전국 맛집에서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할인을 제공하는 혜택도 담았다.

신한카드의 ‘신한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도 출시 2개월 만에 50만장이 발급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환전‧해외결제‧ATM 출금 수수료 면제를 앞세워 여행객 수요를 끌어모았다. 일본 내 3대 편의점 5% 할인, 미국 내 스타벅스 5% 할인 등 해외 가맹점 이용 할인 프로모션도 내놨다. 체크카드 사용을 위해 미리 충전해둔 외화가 떨어지면, 연결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부족분을 충전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도 ‘트래블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쓰고 남은 외화를 다시 원화로 재환전할 때 드는 환전수수료까지도 면제한다는 게 강점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일 ‘삼성 아이디(iD) 글로벌’ 신용카드를 출시해 해외 사용금액 할인 혜택 등을 내놨다.

이처럼 카드사가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건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해외 출국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해외여행객은 2271만5841명으로 전년(655만4031명)에 비해 약 3.5배 증가했다.

2021~2022년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를 내걸고 출시된 트래블카드 1세대가 크게 흥행하면서, 해외여행에서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행태가 정착된 측면도 있다.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카드’는 지난해 말 가입자 300만명‧누적 환전(충전)액 1조원 기록을 돌파했다. 핀테크 업체 트래블월렛의 ‘트래블페이 카드’도 지난달까지 500만장 발급됐다. 최근에는 우리카드와 손잡고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카드(신용카드+체크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192억2000만달러로, 전년(145억4000만달러)에 비해 3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 대신 카드를 챙기는 여행 패턴에 따라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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