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親팔 시위 다시 격화…8월 민주당 전대 때 최대 규모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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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정전’을 촉구하며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정전’을 촉구하며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당신은 숨을 수 없어요. 우리는 당신을 대량학살 혐의로 기소합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문화 센터를 방문하고 나오자 그를 맞은 20여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렇게 외쳤다. 시위대는 ‘인종 학살을 멈추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 고향 마을을 찾아 표심을 공략하려 했으나, 이같은 불편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미국 내 이스라엘 지원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도 다시 격화되는 양상이다. 관련 시위 움직임이 대학 캠퍼스, 글로벌 IT 기업, 지역 명소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는 이 학교 재학생이 포함된 시위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의 교환 프로그램 등 이스라엘 관련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캠퍼스 잔디밭을 점령하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이 체포됐다.

지난 16일에는 미 IT기업 구글의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사무실에서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 중단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연좌 농성이 벌어졌다. 구글은 연좌농성을 주도한 단체 ‘인종차별을 위한 기술 반대’(No Tech For Apartheid) 소속 직원 등 28명에 해고를 통보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날 친팔레스타인 단체 ‘A15 액션’ 소속 시위대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금문교의 한쪽 방향 통행을 막고 시위를 벌였다. ‘가자를 위해 세상을 멈추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은 이 단체는 “각 도시에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산ㆍ유통 지점을 중심으로 경제 요충지를 파악하고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다시 거리로 나서 ‘반(反)이스라엘 정서’ 확산에 힘쏟는 건 다가오는 대선과 관련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선거 시즌에 최대한 목소리를 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얘기다. 앞서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 마을에서 가자 전쟁 종식을 촉구했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다음날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방문한 현장에도 나타나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 경제정책) 물러가라!” “당장 휴전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친팔레스타인 단체는 오는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이 공식 선포될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여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노선을 강한 목소리로 비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정전’을 촉구하는 시위 도중 한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정전’을 촉구하는 시위 도중 한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라인 여론전에도 화력을 높이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가자 지구에서 계속되는 민간인 사상자와 기근 피해를 보여주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SNS에 대량으로 게시하고 있다. 뉴욕에 사는 친팔레스타인 운동가로 과거 중동평화특사로 활동했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아시시 프라샤르는 “사업을 방해하고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들을 방해하는 다양한 직접적 행동의 원인은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최근 이란의 보복과 이스라엘의 재보복 과정에서 미 행정부가 문제의 책임을 이란에 두면서 워싱턴 조야(朝野)와 민심 사이에 단절이 더 깊어졌다는 게 친팔레스타인 단체 측 주장이다. 관련 집회ㆍ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의 베스 밀러 정치담당 국장은 “의회와 행정부 많은 사람들이 대(對)이란 보복 공격에 더 많은 무기와 자금으로 대응하려는 경솔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를 점점 더 전면적인 지역 전쟁에 밀어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 여론은 높아지는 흐름이다. 지난 2월 WSJ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0%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대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말 같은 조사에서 나온 답변보다 8%포인트 오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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