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에 숨겨 3개월 새 필로폰 10만명분 들여왔다…징역 1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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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사진은 지난 2020년 6월의 모습. 뉴스1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사진은 지난 2020년 6월의 모습. 뉴스1

‘고액 알바’를 찾다가 마약 밀수 세계에 빠져든 30대 남성이 반 년 만에 징역 12년이란 중형을 선고받고 번 돈을 뺏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6부(부장 이현경)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문모(37)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4억 540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문씨는 지난해 8~10월 5차례에 걸쳐 동남아 국가들에서 필로폰 3㎏, 케타민 2㎏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씨가 3개월 만에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필로폰 양은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1회 0.03g 기준)였다.

범죄 전력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문씨는 지난해 8월 고액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텔레그램에서 ‘지게꾼’을 하면 큰 돈을 주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해외에서 마약류를 몸에 휴대한 채 가지고 입국하는 일이다. 문씨는 그렇게 캄보디아·태국·베트남으로 떠났다. 한국으로 올 땐 모두 같은 차림, 펑퍼짐한 반소매 티 속에 마약을 넣은 복대를 차고 숨겼다. 한 번에 1㎏정도씩 가져왔는데 필로폰 1㎏는 1억원(소매가 3억원), 케타민 1㎏는 6500만원(소매가 2억5000만원) 정도다.

문씨는 한 달여 만에 예상치 못한 승진도 하게 된다. 텔레그램을 통해 문씨와 처음부터 연락하고 일을 가르쳐 줬던 ‘지게꾼 관리자’가 구속되자 판매상들이 문씨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이다. ‘지게꾼’에서 ‘지게꾼 관리자’가 된 문씨는 이제 예전의 자신처럼 고액 아르바이트를 찾아온 사람을 교육했다. 배운 대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전반적인 수입 계획, 준비물, 지게꾼 행동요령, 입국 시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줬다.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문씨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문씨는“지게꾼이 물어보는 것을 알려줬을 뿐 구체적 수칙을 가르쳐 준 것은 아니고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문씨가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했단 사실은 금세 탄로 났다. 그는 관리자 승진 뒤 그간 노하우를 집대성한 ‘지게꾼 보고방법’ 파일을 작성해 제공하기도 했다. 출국하려는 지게꾼에겐 복대 제작을 위해 허리둘레를 확인하기도 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땐 “마지막까지 집중하시고” “세관 나오실 때는 말씀드린 데로 나오시고” 등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걸렸다.

문씨는 수사 과정에 협조해 검찰이 다른 공범 5명도 잡도록 도왔지만, 이를 감안해도 중형 선고는 불가피했다. 재판부는 “문씨는 지게꾼 역할을 하면서 마약을 밀수입하고 이후에는 지게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직접 지게꾼을 모집하기도 하고 지게꾼에게 구체적인 행동수칙이나 세관에 적발되지 않는 법 등을 가르쳐줬으며 국외 현지에서 지게꾼을 통해 국내로 반입할 마약을 공급하는 일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와 가담 정도, 단기간에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밀수입한 마약의 양이 5㎏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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