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치수(治水) 걱정? 中 물 못 다루면 다 가라 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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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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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는 치수(治水)의 역사다. 중국 최초의 국가인 하나라 우(禹)임금이 황하 치수에 성공해 정권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치수의 성패가 곧 리더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이자 정치가의 덕목이 됐다. 안 되는 게 없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치수가 중요할까? 이전 시대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Wild WeatherUS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Wild WeatherUS

中 베이징대·중국과학원 연구진
100년 이내에 영토 26% 해수면 아래로🌊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들은 18일(현지시각) 중국 과학자 50여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 “중국 주요 도시들이 과도한 지하수 사용과 고층 빌딩 건설로 매년 10㎜ 이상 가라앉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의 주요 도시의 위성 데이터와 함께 지상에서 수신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분석한 결과 도시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침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인 도시의 면적 45%는 매년 3㎜씩, 약 16%는 10㎜ 이상의 속도로 가라앉았다. 연간 22㎜가 가라앉는 도시도 일부 있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향후 100년 이내에 중국 영토의 약 26%는 해수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에 중국 인구의 29% 가량(약 2억 7000만 명)이 살고 있어 도시 침하를 막기 위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중국 대륙이 빠르게 가라앉는 이유로 과도한 지하수 사용과 함께 난립한 고층 건물을 지목했다.

지반침하를 겪고 있는 중국 도시들. 출처 사이언스

지반침하를 겪고 있는 중국 도시들. 출처 사이언스

산업용 용수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 것도 중국 수자원 문제 중 하나다. 중국 전력시스템은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 발전에는 물이 필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산업 생산지인 대만도 물 때문에 골머리다. 공장 전력을 돌리고, 반도체 칩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물이 필요한 것.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대만의 경우 한정된 수자원을 수력발전용으로 방출할지, 반도체 생산용으로 저장할지 딜레마라고 한다. 인공지능(AI) 산업에도 물은 필수다.

⚡물 먹는 하마라는 AI 데이터센터
탄소 중립에 이어 ‘물 중립’이 ICT 기업 화두

홍콩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 차이나 워터리스크(China Water Risk)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발전과 방대한 데이터센터로 인해 중국 수자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 워터리스트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소비량을 13억㎥(약 3430억 갤런, 1갤런은 3.7L)으로 추산했다. 이는 2600만 명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2030년까지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운영된다고 봤을 때 이 수치는 30억㎥ 이상에 이를 수 있으며, 한국 인구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가 물 먹는 하마가 된 까닭은 ‘과열된 장비’를 식히는 데 막대한 양의 물이 소모돼서다. 데이터센터 가동 시 섭씨 3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하는데, 부품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20~25도로 낮춰야 한다. 연구팀은 10년 후 중국 내 서버, 케이블 및 기타 장비를 수용하는 1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랙(racks, 서버 또는 장비를 수직으로 적층하여 설치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에 보유한 약 400만 개의 데이터센터 랙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데이터센터 이미지. 게티이미지

데이터센터 이미지. 게티이미지

텍스트·이미지·영상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물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연구진의 출판 전 공개논문에 따르면 챗 GPT-3가 10∼50개 질문에 답하려면 500㎖가량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 발표된 차이나 워터리스크도 보고서를 통해 "거대한 계산 능력을 탑재한 AI 챗봇은 몸을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신다”고 언급했다. 이어 “1억 명의 사용자가 챗 GPT와 대화하면 올림픽 규격 수영장 20개(약 5만㎥)에 해당하는 물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며, 구글 검색 시 수영장 1개에 해당하는 물을 소비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시티 로우는 "중국 데이터센터 랙의 절반이 물이 부족한 지역에 있다"며 생성 AI의 개발이 중국 수자원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 워터리스크의 책임자인 데브라 탄은 차이나사우스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와 물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수자원 문제와 위험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MS, 구글, 아마존 등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중국 ICT 기업은 물 중립(wawater neutral)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물 중립 기업은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단위 제품 및 단위 서비스 생산 전과정 동안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역을 복원하거나 기존 시설의 물 효율성 개선, 폐수 재사용 및 빗물 수집으로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실제 중국에선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집어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하이난 섬 인근 바다에 100개의 모듈을 배치할 예정이다. 그 규모가 축구장 13개(6만8000㎡)에 달하며, 이를 통해 30초 안에 400만 개가 넘는 고화질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전기 사용량이 연간 약 1억2200만kWh가 절약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중국 시민 16만 명의 평균 전기 사용량과 비슷하다.

중국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하이난 섬 인근 바다에 100개의 모듈을 배치할 예정이다. 차이나데일리

중국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하이난 섬 인근 바다에 100개의 모듈을 배치할 예정이다. 차이나데일리

지난 3월, 중국은 ‘물 절약에 관한 규정’을 법제화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물 절약과 관련한 내용을 법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원은 ‘물 절약(절수)에 관한 규정(조례)’을 발표하고 오는 5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한다. 왕젠화 중국 수자원 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엄격한 통제를 통해 수자원의 관리와 효율적인 사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 혁신과 산업화 발전을 촉진해 절수 기술과 제품의 광범위한 적용을 촉진하고 기업 및 연구 기관이 절수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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