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이나 중국읽기

리창 아닌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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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5월 하순 개최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열린다, 열린다” 소문만 무성하더니 1년이 지나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중국에선 리창 총리가 참석한다. 한국과 일본은 국정 수행의 1인자인데 반해 중국은 2인자다. 최근엔 그 2인자의 위상 또한 현저하게 약해진 터라 이걸 솔직히 한·중·일 3국 정상회의라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시작된 건 1999년이다. 97년 아세안의 초청으로 아세안+3 정상회의가 발족한 게 계기가 됐다. 99년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중국 총리,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조찬 회동을 하면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만들어졌다. 2008년부터는 아세안과 관계없이 한·중·일이 돌아가며 3국 정상회의를 여는 오늘의 모습이 됐다.

한·중·일 3국 정상 회의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야 맞을 듯싶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중·일 3국 정상 회의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야 맞을 듯싶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회의에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것에 대해 이제까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97년 첫 아세안+3 정상회의의 주요 안건이 아시아금융위기 해결 등 국경을 초월한 경제 문제였고, 중국에선 총리가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젠 상황이 변했다. 중국 총리의 파워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급격하게 약해진 것이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은 좋은 예다. 2000년 설립돼 양회(兩會) 이후 열리는 이 포럼에는 세계 유수 기업의 CEO와 학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중국 총리와 좌담회 형식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소중한 기회라 미국의 저명한 기업인들이 많이 온다. 한데 올해의 경우 리창 총리는 과거 부총리가 하던 개막식 연설을 하는 데 그쳤다.

정작 중요한 좌담회는 시진핑 주석이 참석자 중 일부만을 골라 별도로 진행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시진핑 주석이 총서기에 이젠 총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도 리창 총리가 아닌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3국 정상회의라는 명칭에도 부합하고 한·중·일 3국의 1인자 간 회의라 그 중요성 또한 더욱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정중하게 초청하는 건 어떨까 싶다. 3국 만남의 형식이 변하면 3국 관계의 내용도 변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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