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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공급 10% 부족" …유가 끌어올릴 최악의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이 이란으로부터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이 이란으로부터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ㆍ이란 분쟁이 국제 유가를 부채질하는 가운데 국내 국책연구기관에서 최악의 두 가지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배럴당 210달러까지 솟구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원)은 이란이 ①원유 수출을 금지하거나 ②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시나리오를 최악의 경우로 예상한다.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을 줘 원유 가격을 급등하게 할 요인이라서다.

김경진

김경진

이란의 원유 수출 금지가 최악의 변수로 꼽는 건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영국 산업단체 에너지인스티튜트(EI)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원유 공급량 중 4.1%를 차지했다.

또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란뿐 아니라 주요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해상으로 수출할 때 이용하는 통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원유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알리레자 탕시리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지난 9일(현지시각) “적이 우릴 방해한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에경연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원유 공급이 10% 넘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추정치는 역대 최대다. 에경연에 따르면 과거 가장 피해가 컸던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엔 전 세계 원유 공급이 9%가량 부족했다.

당시 원유 가격은 약 15달러에서 40달러로 2.5배 넘게 솟구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불거진다면 현재 배럴당 85달러 수준(브렌트유 기준)인 원유 가격이 2.5배 넘게 올라 210달러를 웃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에경연의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어날 확률이 낮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이 수출 대부분(56%가량)을 원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을 직접 중단하거나 수출길을 막는 건 자해 행위다. 무엇보다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이란을 편드는 중국 등 동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윌리엄 피게로아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역사학과 교수는 CNN에 “중국은 지난 10년간 이란의 가장 큰 무역 상대였으며, 이란이 수출하는 석유의 90%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현재 단기적인 원유 가격 흐름에 반영됐다. 실제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지만, 지난 19일 87.29달러로 내려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에경연은 최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시뮬레이션한 뒤 지정학정 리스크를 고려해 올해 원유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배럴당 83달러 정도에서 83~85달러로 올렸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주고받고 있는 군사적 타격 과정에서 원유 공급 시설을 훼손한다면 이 역시 원유 가격 급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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