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코끼리’에서 ‘차박 끝판왕’으로…막오른 픽업트럭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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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 사진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 사진 KG모빌리티

머리는 스포츠유틸리티(SUV), 꼬리는 트럭-. 국내 완성차 업계가 승용차와 상용차의 장점을 두루 갖춘 ‘픽업트럭’ 신차 출시 계획을 속속 밝히며 경쟁을 예고했다. 픽업트럭은 적재함과 승객석이 일체형인 승용차와 다르게 차량 적재함이 트럭처럼 분리돼 있고, 적재함 덮개가 없는 게 특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새 픽업트럭의 모델명 ‘더 기아 타스만’을 발표하며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중형급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아프리카·중동 등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가 북미 전용 픽업트럭 모델인 ‘싼타크루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11일 새 픽업트럭의 차명 ‘더 기아 타스만’을 공개했다.  차명 타스만은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영감(inspiration)의 섬’ ‘타스마니아(Tasmania)’와 타스만 해협에서 유래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기아는 지난 11일 새 픽업트럭의 차명 ‘더 기아 타스만’을 공개했다. 차명 타스만은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영감(inspiration)의 섬’ ‘타스마니아(Tasmania)’와 타스만 해협에서 유래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북미 전용 픽업트럭 ‘싼타크루즈(Santa Cruz)’ 상품성 개선 모델을 공개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북미 전용 픽업트럭 ‘싼타크루즈(Santa Cruz)’ 상품성 개선 모델을 공개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KGM)는 ‘코란도 스포츠’→‘액티언 스포츠’→‘렉스턴 스포츠’ 등 SUV 모델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KGM의 렉스턴 스포츠 신차는 2879만~403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올 4분기에는 전기 픽업트럭 신차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역시 KGM의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한국GM은 지난 2월 GMC의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의 연식변경 모델을 국내에 내놓은 데 이어 올 하반기 쉐보레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출시할 계획이다. 시에라의 신차 가격은 9380만~9550만원이다. 글로벌 출시를 앞둔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조만간 국내에서 판매될 전망이다. 사이버트럭은 미국 내에서 6만990~9만9990달러(약 8400만~1억3800만원)에 판매된다.

한국GM은 GMC의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연식변경 모델을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했다. 적재함엔 오토바이 2대를 실을 수 있고, 3t에 가까운 요트를 끌 수 있다. 뉴스1

한국GM은 GMC의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연식변경 모델을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했다. 적재함엔 오토바이 2대를 실을 수 있고, 3t에 가까운 요트를 끌 수 있다. 뉴스1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도로 위 코끼리’, ‘트럭도, 승합차도 아닌 차’라고 불리며 주로 견인차 등 특수목적 차량으로만 쓰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2만901대로 2019년(4만3436대)보다도 줄었다.

원래부터 한국이 픽업트럭 불모지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국내차 생산 초창기에는 ‘포니’(현대차), ‘브리사’(기아), ‘제미니’(새한), ‘맵시’(대우) 등 승용차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이 판매됐다. 하지만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며 선호도가 떨어졌다. 엔진 배기량이 커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좁은 도로와 주차 환경에서 가정용 차량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현대차 포니2 픽업 모델. 뉴스1

현대차 포니2 픽업 모델. 뉴스1

하지만 최근 자동차 트렌드가 바뀌면서 완성차 업계는 픽업트럭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국내 차박·레저 인구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호주·중동 등 땅이 넓고 연료비가 저렴한 해외시장에서 실용성 높은 픽업트럭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져 온 만큼 해외 신시장을 뚫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는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픽업트럭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차량을 레저 활동 등에 이용하려는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픽업트럭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며 “전동화 모델이 속속 출시되는 만큼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연비 문제 등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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