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아동학대 신고했다가…'불법촬영' 역고소 당한 공익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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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특수학교에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이 특수교사 2명이 아동학대를 했다며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고발을 당한 교사들이 불법촬영 혐의로 공익근무요원을 역고소하면서 특수 교육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A씨는 2022년부터 이 학교에서 1년간 근무하며 교사들의 근무태만, 전자담배 흡연, 폭언 등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교사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고발장에 이같은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동영상과 녹음본 등을 증거로 함께 제출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지난해 10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동영상 촬영 행위가 교권침해라고 결론내고, 서울시교육청에 고발을 의뢰했다. 당사자 동의없는 사회복무요원의 영상촬영 등이 교권을 침해했다는 게 학교 측 판단이었다. 이에 교사 2명도 지난해 10월 불법촬영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금지령도 내려졌다. 다수의 사회복무요원에 따르면 한 학교 선생님은 복무요원들을 모아두고 “지금이라도 누군지 밝히면 용서할 것”, “불법촬영에 대해서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할 예정”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한 사회복무요원은 “이미 누군가를 특정짓고 경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동의없는 촬영 불법 vs 아동학대 신고 의무 따랐을 뿐

서울 서초구 특수학교 근무 사회복무요원(공익)들을 대상으로 한 동영상 교육 자료 중 일부. '아독학대 신고 시 가능하면 증거 사진을 확보하라'는 내용이 있다. 독자 제공

서울 서초구 특수학교 근무 사회복무요원(공익)들을 대상으로 한 동영상 교육 자료 중 일부. '아독학대 신고 시 가능하면 증거 사진을 확보하라'는 내용이 있다. 독자 제공

A씨는 관련법령에 따라 특수학교 종사자는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시 신고할 의무를 지켰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립특수학교의 종사자 등은 모두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아동학대처벌특례법 10조2항)는 법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아동학대 의무교육에서도 가급적 ‘증거물’과 함께 신고하라고 안내받았다”며 “무조건 교내에서 녹음이나 촬영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교사의 권리도 존중하지만 학대당하는 말 못하는 아이의 증거는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에 학교 측은 공익근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학교 관계자는 “불법촬영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연 것은 맞지만, 행위에 자체에 대해 논한 것일 뿐”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교권침해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고, 서울시교육청도 이를 인정해 고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사안이 있으면 학교에 보고를 하는 게 먼저인데, 증거를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 전달함으로써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A씨가 역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가 처벌을 받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에 배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폐쇄회로(CC)TV 분석과 사회복무요원, 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며 이달 중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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