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밀어주자" "어디로 튈지 몰라"…국회의장 '친명 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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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첫 국회의장은 누구로 할 것인가. 4·10 총선에서 175석을 거머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최근 뜨겁게 오가는 질문이다.

민주당 내 국회의장 경쟁은 총선 직후 시작됐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해 6선 고지를 밟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 다음 날(1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질문 받자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한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는 마음”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며 “혁신의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찍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추 전 장관의 경쟁자로는 역시 6선에 성공한 조정식 당 사무총장이 꼽힌다. 총선 공천을 큰 탈 없이 관리한 조 사무총장은 ‘관리형’ 의장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당내에서 듣는다. 하지만 “총선을 진두지휘한 사무총장이 곧바로 여야 관계를 조율하는 국회의장이 되는 건 이례적”(수도권 민주당 의원)이란 엇갈린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5선 의원 가운데선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면서 소신파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 이 대표와 수시로 상의하면서 당 전략공천을 책임졌던 안규백 의원, 우원식·김태년·윤호중 등 의원 등이 후보군에 거론된다. 22대 국회에 재(再)입성 하면서 5선이 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정동영 전 대표 등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차기 국회의장 선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 이른바 ‘친명계’의 여론이다. 민주당에서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 73명 가운데 39명이 친명계로 분류될 정도로, 민주당 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 연임론이 분출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지난 7일 하남시 위례스타필드시티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지난 7일 하남시 위례스타필드시티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원외 친명 조직을 중심으로 한 참모 그룹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을 의장으로 밀어주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른바 ‘이재명-추미애 역할 분담론’이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정치적 입장이 선명한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올라간다면 과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추-윤 갈등’이 국회의장과 대통령 관계로 재현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 대표는 갈등 프레임을 비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의정 활동 내내 정부와 부딪히며 ‘비호감 실점’을 쌓을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반기는 추미애 의장, 후반기는 '관리형'의 조정식 의장 체제로 가면 이 대표는 초·재선 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당권을 강화하고, 수권 정당으로서 민생 과제를 먼저 챙기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권 시간표를 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왼쪽), 조정식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에 입장 하고 있다. 뉴스1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왼쪽), 조정식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에 입장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어디로 튈지 모를 추 전 장관보다는 상황 관리에 능숙한 사람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뽑아야 국민에게 수권 정당의 면모를 인정받게 될 것”(경기도 중진 의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조정식 총장이나 정성호·김태년 의원, 박지원 전 원장 등이 적임자로 거론된다. 한 보좌관은 “조국혁신당 등 탄핵에 들뜬 세력이 국회에 입성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인사가 국회의장으로서 버텨주는 것이 이 대표 대권 가도에도 결과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의장 경선이 친명계 일색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서울 중진 의원은 “국회의장은 그야말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계파적 이해관계로 예측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의장 경선은 당원 투표가 아닌 국회의원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지 않나. 후보 개개인의 인품과 명분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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