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제한적 공격으로 서로에게 출구 열어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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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호 05면

이스라엘, 이란 본토 보복 공습

지난 4일 위성이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지역 핵시설. 19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핵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IAEA가 확인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위성이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지역 핵시설. 19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핵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IAEA가 확인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두고 국내외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양국이 공격 수위를 조절하면서 서로에게 ‘출구’를 열어준 만큼 확전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양측이 자제하지 않고 충돌을 반복한다면 사태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CNN·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이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지 6일 만인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 중부 이스파한 일대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 지역엔 공항과 군 기지, 핵시설 등이 있으며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발사한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란의 핵시설은 피해가 없으며, 미사일은 군 시설을 겨냥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란은 이렇다 할 공격도 피해도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란의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공격 직후 로이터통신에 “즉각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등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확인한 시점이었으나, 이 관계자는 “우린 외부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폭발음은 드론을 겨냥한 방공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에 난 것으로, 이란은 미사일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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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를 부인해 보복의 구실을 남기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중앙일보에 “이란에 사는 지인에 따르면 현재 현지 분위기는 ‘우리 영토에 피해가 없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이란이 또다시 직접적인 무력 재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이스라엘이 보복 수위를 극도로 제한하며 이란에 재보복이 절실하지 않을 ‘출구’를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의 공격 이후 확전은 막되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

미국 등 서방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결국 보복을 감행했으나 이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설명이다. 중동 확전 여부는 이스라엘의 재보복 수위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이란도 이스라엘 본토 공격 시 정부·군사 시설을 목표로 삼고 민간 시설은 제외했으며, 미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대략적인 보복 시점과 수위를 알렸다고 전해진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이번 보복에 대해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제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체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세계는 경악했지만, 양국의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대체로 조용하다”고 전했다. 외교 분석가 다나 웨이스는 “이스라엘은 큰 군사적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공격 수위 조절에는 무엇보다 미국 등 서방의 자제 촉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전선의 확대는 이스라엘에 부담일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날 미 백악관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작전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금까지 미국은 가자지구 피란민의 피해를 우려해 이스라엘 측의 라파 작전을 반대해왔다.

이란 역시 고질적인 경제난과 정치적 혼돈에 처한 상황에서 군사력에서 앞서고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과의 전면 충돌은 부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분쟁이 지역 전체로 확대해, ‘5차 중동전쟁’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공격을 주고받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CNN의 글로벌 문제 분석가 킴벌리 도지어도 “현재와 같은 긴장 고조 상황이 전면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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