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 여파, 부업 뛰는 ‘N잡러’…장시간 근로자 10년 만에 증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86호 10면

주 52시간제의 역설

부업으로 장시간 배달 라이더 일을 하는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뉴시스]

부업으로 장시간 배달 라이더 일을 하는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주 52시간을 넘게 일하는 근로자가 전년보다 늘었다. 장시간 근로자는 이전까지 뚜렷하게 감소하다가 10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주 52시간제가 완전히 자리 잡는 등 전반적인 근로시간이 감소한 게 역설적으로 장시간 근로자의 증가를 불러왔다는 풀이가 나온다. 주업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N잡’이 보편화한 영향이다.

19일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 53시간 이상 근로자는 306만7000명으로, 전년(295만 명)보다 11만7000명(4%) 늘었다. 법으로 정한 최대 근로시간(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전년보다 증가한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조직문화가 바뀌고, 가정이나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문화까지 자리 잡으면서 2014년 이후 장시간 근로자는 꾸준히 줄어왔다. 10년 만에 이 같은 추세가 뒤바뀌었다.

삼성전자·SK·포스코 등이 격주 주4일제를 도입하는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장시간 근로자 비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주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임금근로자가 전체의 12%(253만 명)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2%)보다 1.8%포인트 높았다. 2002년엔 이 격차가 35.6%포인트에 달했는데 최근엔 OECD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례적인 근로시간 증가는 부업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 직업에서 일을 덜 하게 되자 근로자 스스로 이를 이용해 다른 일을 더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주 52시간제 등이 역설적으로 근로시간 증가를 부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N잡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부업을 가진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며 “부업 근로자는 주업만 하는 근로자보다 주당 4.4시간을 더 일하는데 이는 감소 추세의 근로시간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업 근로자는 57만5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업 근로자는 2021년(50만6000명)에 전년(44만7000명)보다 5만9000명(13.2%) 늘어난 걸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은 주 52시간 근무 의무화를 중소기업까지 확대 시행한 첫해다.

최근 들어서는 부업 근로자의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1~3월 부업 근로자는 월평균 55만2000명에 달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45만1000명)보다 22.4% 늘어난 수준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 경제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추가적인 소득이 필요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신선식품이나 생활물가 등의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높다 보니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더욱 높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크다. 가구 평균 이자 비용은 2022년 3분기(10만3890원) 사상 처음 10만원을 넘었고, 지난해 4분기(13만3294원)까지 6개 분기 연속으로 10만원대를 이어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부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최근 들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법으로 근로시간을 더 줄인다고 해도 소득이 늘지 않으면 장시간 근로자가 계속 증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