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잣경단·쑥굴레떡·오미자차…전통 병과, 젊은 장인의 손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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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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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따뜻한 봄이 되어 제비가 돌아온다고 전해지는 절기다. 옛사람들은 이때가 되면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풀을 밟으며 진달래로 만든 음식을 즐겼다. 많은 이들이 봄을 즐기러 찾아오는 서울의 꽃놀이 명소, 경의선 숲길 끝자락에는 특별한 전통 병과점 ‘1994서울(1994SEOUL)’(사진1)이 있다. 절기에 맞는 전통 병과와 차를 코스 메뉴로 선보이는 곳으로, 2개월에 한 번씩 메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명재 대표는 이른바 젊은 장인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떡집을 운영하셨기에 그 전통과 마음을 잇고자 부모님의 떡집 창업 연도인 1994라는 숫자를 자신의 브랜드명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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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주제는 ‘삼짇날과 화전놀이’.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차는 우전으로 봄에 수확한 어린 찻잎으로 만들어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여기에 동그랗게 분홍색 꽃잎이 피어오른 진달래꽃 단자(사진2)와 노란 송화다식을 곁들인다. 찹쌀 반죽에 진달래 꽃잎을 살포시 얹고 들기름으로 곱게 지져낸 진달래 화전, 뽀얀 잣 소스에 꽃잎을 하나하나 감싸 만든 경단을 띄운 진달래 잣경단이 이어서 등장한다.

계절의 병과 코스를 테마로 한 이곳에서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떡과 과자를 경험할 수 있다. 궁중에서 즐겼다고 전해지는 쑥굴레떡, 새콤달콤한 진달래 화채가 코스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진달래 꽃잎에 녹두 녹말을 묻혀 살짝 데치면 하늘거리는 꽃잎의 색과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살캉한 단맛이 난다. 고운 붉은빛 오미자차 위에 진달래 꽃잎이 두둥실 떠오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봄이 눈앞에 있다.

이 대표가 메뉴를 구상할 때는 먼저 절기에 맞는 전통 병과를 정하고, 이와 잘 어울리는 차를 고른다. 예로부터 병과는 차와 함께 즐겼기에 그는 처음부터 차와 떡, 과자가 함께 나오는 코스를 테마로 정했다. 메뉴와 함께 내는 다구나 그릇, 작은 기물도 그 계절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최근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면서 젊은 고객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손님들, 외국인들도 이곳을 찾아온다.

“떡도 한과도 퓨전이 많아진 시대지만, 전통을 기반으로 한 큰 축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병과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다음 코스는 여름이 시작되는 ‘소만’이 주제다. 젊은 장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달콤한 병과와 함께 옛 선비들처럼 계절의 풍류를 즐겨 봐도 좋겠다. 절기에 따라 코스 개수는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략 차 3종과 병과 8종을 맛볼 수 있다. 1인당 8만원.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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