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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선데이] 육아휴직만으로 해법이 될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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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호 29면

민세진 동국대 교수

민세진 동국대 교수

4·10 총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총선이 공약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해도,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것이 난무하는 공약집들 속에서 비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찾기는 어려웠다. 특히 걱정스러운 부분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저출산 대책이었다. 이 문제가 총선 공약에서만 실망할 일이 아니긴 하다. 나랏돈을 그렇게 쓰고도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경력 단절 우려로 효과 낼지 의문
부모는 직장·육아 병행을 선호
근무 시간 조정, 육아 도우미 등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ON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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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은 생활양식의 표준이 대한민국 사회 변화의 큰 흐름을 타면서 바뀐 결과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 남들 눈에 이상하지 않은가가 연령대별로 매우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그 변화가 연속성이 없어 보여도, 의식은 원래 다양했고 다만 특정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비중이 변하면서 주류가 바뀔 뿐일 수도 있다. 더구나 결혼과 출산의 결정은 개인이 어려서부터 장시간 가정과 사회를 겪으며 쌓은 가치관을 바탕으로 내려진다. 저출산 현상이 애초에 현재 시점에 드러난 단면으로 판단하고 쉽사리 방향을 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가 주목할 문제는 저출생이 아니라 저출산이다. 아이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의지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겠다는 의사 결정에 작용하는 요소에 온전히 주목해야 한다. 젊은이들로부터 분명히 감지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살 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내 정신적, 물질적 풍요가 확보된 후에 결혼은 선택적으로 생각해 볼 사항이다.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가 주류다. 커리어나 일자리가 중요한 것에 남녀 차이가 있지도 않다. 한국의 대학 취학률은 남녀 모두 70%가 넘는다. 2015년부터는 여자가 남자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여자의 대학 취학률은 50%에 못 미쳤다.

커리어와 가정이 같이 갈 수 있는가. 필자는 2007년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 전후 2년동안 같은 대학에 임용된 여자 교수는 모두 9명이었다. 그 중 7명이 기혼이고 4명이 자녀가 있다. 자녀는 다 합쳐 6명, 즉 여교수 9명의 출산율이 0.67인 것이다. 매우 제한된 표본이긴 하지만, 커리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여자가 가정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꽤 잘 보여주는 수치다. 그나마 이 출산율도 현재 우리나라가 향하는 출산율 추이보다 높을 것이다. 9명의 출생연도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전반으로, ‘결혼은 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대였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추구하다 보니 아이 갖기가 쉽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대학 교수는 아이 키우기가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보다는 나은 면이 분명히 있다. 필자는 큰애를 대기업의 연구소에 다닐 때 낳았는데, 출산휴가 3개월 직후부터 출퇴근하는 육아도우미를 고용했다가 아이가 돌 지난 뒤 직장어린이집에 맡겼다. 어린이집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그 해 말에 다른 직장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는데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결국 어린이집을 포기할 수 없어 접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교수가 됐는데, 만일 기업에 계속 남았더라면 아이가 유치원으로 넘어가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버텨낼 수 있었을까 가끔 생각이 스치곤 했다.

최근 주목받는 저출산 대책 중에 육아휴직이 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조건이 완화되고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소득 보전도 더 잘 되는 방향이다. 육아휴직이 확대되는 것이 나쁠 리야 없지만, 커리어에서 다소 멀어질 수도 있는 육아휴직을 중심 대책으로 미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오히려 휴직을 안 하고 최소한의 노고로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들이 많아져야 저출산의 추세가 바뀔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끊김 없이 일하는 것을 선호할 게 분명하다.

육아가 커리어를 위태하게 해서는 육아가 포기될 세상이다. 그나마 필자는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마침 다니는 회사에 어린이집이 있고 집에서 멀지 않은 데다 회사 인근 주차장의 월정기권을 사서 자가용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직장과 연계된 육아 옵션은 어린이집과 육아휴직을 넘어 훨씬 다양해져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육아도우미 비용을 보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육아를 지원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나와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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