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횹사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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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호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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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에서 주연한 배우 채종협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어 ‘횹사마’라고 불리고 있다. 그는 지난 1~3월에 일본 TBS가 방영한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서 여주인공 유리(니카이도 후미)와 사랑에 빠지는 한국 유학생 ‘태오’를 연기했다.

유리는 눈을 보면 사람의 마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이 ‘Eye Love You’다. 그런데 태오의 마음 소리는 한국어로 들리기 때문에 유리는 그 뜻을 알 수 없다. 방송에서도 태오의 마음 소리를 일본어 자막 없이 한국어로만 표현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유리의 답답한 마음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일본 지상파 방송의 황금 시간대 드라마에서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또 자막 없이 한국어가 방송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였다면 항의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는데, 그런 부정적인 반응보다 호평이 훨씬 더 많았다.

‘사마’는 ‘님’이라는 뜻이다. 한류 붐의 계기가 된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연 배우 배용준이 ‘욘사마’라고 불렸다. 여주인공을 맡은 최지우는 ‘지우히메’라고 불렸는데 히메는 ‘공주’라는 뜻이다. ‘겨울연가’는 2003년에 일본에서 방영됐고 그래서 작년엔 ‘한류 2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일본에서 열렸다.

그 밖에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2009)가 히트 치면서 인기를 얻은 주연 배우 장근석은 ‘군짱’이라고 불렸다. ‘짱’은 친근감 있게 부를 때 쓴다. 일본 팬은 오래가는 편인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이나 ‘이태원 클라쓰’가 화제가 됐을 당시 주간지 주간아사히의 설문조사 결과 한국 배우의 인기 순위는 1위 박서준, 2위 장근석, 3위가 현빈이었다.

횹사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일 양국에서 한·일 남녀가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는 사카구치 켄타로가 이세영과 함께 등장하고,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는 한효주가 오구리 슌과 호흡을 맞춘다.

현재 방영 중인 MBN 프로그램 ‘한·일 가왕전’에서는 한국 가수가 일본어로, 일본 가수는 한국어로 노래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류 20년 동안 양국 관계가 안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이 손잡고 만든 콘텐트가 사랑받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에 감개가 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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