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아침 샛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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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호 30면

아침 샛강
장철문

아랫도리가 풀리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한 보름 밤낮없이 일하고
막 놓여난 아침,
아침 안개 속에 샛강을 본다
조용히 모래톱을 쓸고 가는
샛강,
내게도 이런 아침은 와서
지난 밤낮의 열기와 툴툴거림을
내려놓는다
바람은 내 살갗에 와서
태어난다
강은 가만히 모래톱을 쓸고
나는 안개 한허리를 비우고 간다『산벚나무의 저녁』 (창비 2003)

샛강은 큰 강의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강을 말합니다. 서울 여의도 남쪽에는 한강의 샛강이 있습니다. 인근 지하철역의 이름도 샛강역. 물론 낙동강이든 금강이든 영산강이든 섬진강이든 다른 큰 강도 수많은 샛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샛강은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냅니다. 본류에 비해 한결 천천히 흐르면서, 때로는 잠시 고여 있기도 하면서 다양한 종의 생명을 품고 길러냅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모두 보낸 샛강은 다시 큰 강의 본류와 합류해 결국 바다에 이르고요. 우리 삶에도 샛강 같은 여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순간순간을 아껴주셨으면 합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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